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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 조진호,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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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 조진호, 잠들다

입력
2017.10.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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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감독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조진호 감독 페이스북 캡처
조진호 감독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 조진호 감독 페이스북 캡처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아이파크의 사령탑 조진호(46) 감독이 10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부산 구단은 이날 “조 감독이 개인 숙소 주변 산책로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빈소는 양산 부산대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은 아내와 딸, 아들이 있다.

지난 해 11월 부산 지휘봉을 잡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조 감독의 별세 소식은 클래식 상위스플릿 6팀 사령탑들이 참석한 미디어데이 행사 도중 급하게 전해졌다. 비보를 전해들은 동료 감독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했던 황선홍(49) FC서울, 서정원(48) 수원 삼성 감독은 “심장이 떨린다”는 말로 충격을 전한 뒤 “성격이 밝은 친구인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감독이라는 직업의 고충을 일반인은 알기 힘들다”며 말끝을 흐렸다. 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도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안으로는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았던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을 지은 뒤 “감독들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담아두면 힘들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파했다. 조성환(47)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도 “이게 무슨 소리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진호 감독은 선수시절 ‘비운의 천재’로 불렸다.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남북단일팀이 만들어졌을 때 공격진은 대부분 북한 선수였지만 남한 선수로는 유일하게 조진호 감독만 포함될 정도로 공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용수, 최진철, 박건하, 이임생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1971년 동기인 조 감독은 최연소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고 또래 중 가장 먼저 1994년 미국월드컵 무대를 밟아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후 감독과 불화와 부상 등이 겹치며 성인 국가대표로 대성하지는 못했다.

조 감독은 2002년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했다. 제주와 전남 드래곤즈, 대전 시티즌 코치를 거쳐 2014년 대전 감독에 올라 그 해 팀의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승격 이후 2015년 5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지만 지난해 상주 상무 지휘봉을 잡아 팀을 클래식 상위스플릿(6위)으로 이끄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부산 사령탑에 올라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서던 중이었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부산은 선두 경남FC(승점 70)에 이어 2위(승점 61)로 내년 시즌 클래식(1부)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별세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밤 스위스에서 벌어진 한국과 모로코 평가전에 앞서 양 팀 선수단이 도열한 가운데 조 감독에 대한 추모 묵념을 거행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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