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가 없어 일반학교를 다니거나 혹은 많은 시간을 써가며 멀리 있는 특수학교에 다녀야 하는 장애학생들의 큰 불편을 생각한다면 외면할 수 없는 요구다.
이번 청원의 계기는 5일 열린 주민토론회다. 일부 주민이 집 값 하락 등을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거부하고 대신 국립한방병원 건설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장애학생 부모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도 학교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청와대 청원운동으로 이어졌다.
장애학생 시설에 반대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들이대더라도 지역이기주의이자 장애인 혐오일 뿐이다. 일부 주민의 걱정이 크다고 해서 장애학생의 처지를 방치하는 것은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는 국가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외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강서구에 이미 사립 특수학교가 있고 서울시내 25개 구 가운데 8개 구에는 아예 특수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들만 유난히 님비에 젖어있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이달 초 강북구에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효정학교가 개교한 것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문을 연 것은 2002년 경운학교가 마지막이다. 지금도 여러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 계획이 주민 반발에 부닥쳐 있다. 그런 점에서는 님비는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우리가 어쩌다 시민적 관용을 이리도 저버리게 됐는지 국민적 자성을 요구한다.
일부 주민이 요구한대로 국립한방병원이 지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을 접한 보건복지부가 병원 설립 절차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런 사실까지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은 올해 4월 기준 8만9,353명에 달하는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 중 2만5,789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장애학생들이 교육 기회의 차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수만 번도 더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학생이 더 이상 차별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교육 당국 또한 주민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달래는 등 정성을 기울여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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