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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 북한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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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시신, 북한으로 돌아간다

입력
2017.03.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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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6일 오후 1시 58분께 쿠알라룸푸르 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를 빠져나가고 있다. 관련 소식통은 김정남의 시신이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외곽 체라스 지역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6일 오후 1시 58분께 쿠알라룸푸르 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를 빠져나가고 있다. 관련 소식통은 김정남의 시신이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외곽 체라스 지역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이 자신이 났던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에 피살된 지 한 달 반 만으로, 사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사건의 실체 규명을 놓고 난관에 빠져 있던 말레이 정부와 사건 은폐에 안간힘을 쓰던 북한이 협상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 뜻이다.

말레이 현지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내 억류 자국민 9명을 전원 귀환하는 조건으로 김정남의 시신을 북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주말레이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도 함께 보장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앞서 김정남의 시신이 전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외곽으로 옮겨졌으며 이미 화장됐을 것으로 전하기도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말레이 경찰은 26일 오후 1시 20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 안팎에 사복경찰관 여러 명을 배치한 뒤 영구차 한 대를 영안실 제한구역으로 진입시켰고, 이 차량은 대기 중이던 경찰의 호위 속에 30분 뒤 병원을 떠났다.

이날 당초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가 예고한 북한과의 협상 결과에 관한 정부 성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은 마무리 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말레이 당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적극적인 수사를 폈지만 북한의 방해와 중국의 비협조로 북한 소행이라는 객관적 물증 확보에 실패했고, 시간을 더 끌어도 진전을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 경찰이 김정남 자녀의 DNA로 신원을 확인할 당시 그 유가족으로부터 시신 인수 의사를 확인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신의 북한행은 일찌감치 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말레이 당국은 시신을 유가족에 인도할 뜻을 거듭 내비쳤지만 김정남 신원을 공식 확인한 이튿날인 11일 힐미 야하야 말레이 보건부 차관은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나서지 않을 경우 말레이에 매장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말레이 당국의 움직임이 북한과의 비공개 협상 후 나왔다는 점에서 양국이 김정남의 시신 처리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북한이 말레이인 9명을 억류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무사 귀국과 북한 대사관 은신 용의자 3명 및 시신의 북한행과 맞교환했다는 것이다. 북한대사관에는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말레이가 북한에 시신을 넘기면 국제사회 비난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을 26일 말레이 경찰에 개방한 것은 말레이의 이런 우려를 북한이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가 최선을 다해 수사한다는 모습을 통해 말레이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것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26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 김정남 암살 용의자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6일 쿠알라룸푸르의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26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 김정남 암살 용의자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6일 쿠알라룸푸르의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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