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밀양 화재 참사] 스티로폼 단열재ㆍ셀프 점검…‘제천 판박이’

알림

[밀양 화재 참사] 스티로폼 단열재ㆍ셀프 점검…‘제천 판박이’

입력
2018.01.28 18:23
1면
0 0

응급실 스티로폼서 유독가스 번져

희생자 38명 중 최소 34명 질식사

비상구도 ‘연기 통로’ 돼 피해 키워

과장급 직원이 소방안전 관리

3년간 모든 항목 ‘이상 없음’ 판정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흘째인 28일 오전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경찰, 소방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밀양=류효진 기자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흘째인 28일 오전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경찰, 소방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밀양=류효진 기자

셀프 소방점검, 스티로폼 내장재, 방연 차단시설 부재… 38명의 인명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는 이처럼 총체적으로 대형 참사를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달 21일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화재 사고 후 한 달이 지났지만, 거의 동일한 소방 문제점을 노출하며 ‘안전 한국’은 구호에 그쳤던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제천 참사 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중이용시설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만 특별 소방점검을 실시했을 뿐, 세종병원 같은 일반병원을 빠뜨리는 등 땜질 대응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희생자 38명 중 최소 34명은 1층 응급실 옆 탕비실 천장에서 발화, 내장ㆍ단열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을 태우며 확산된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6층(4층 없음) 중 응급실을 포함, 1층만 태운 채 빠른 진화 작업으로 2층에서 불이 차단됐지만 엘리베이터 틈새, 방화문 틈새, 공동구(전선ㆍ배관 통로),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사이 2층 연결통로를 타고 유독가스가 전 층으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나 지난해 말 제천 화재 당시 1층부터 꼭대기까지 연결되는 전선 통로가 불연ㆍ방연재로 처리되지 않아 유독가스 통로가 된 것이나 방화문 기능이 부실했던 것도 동일하다.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사이 2층 연결통로에 위치한 비상구도 탈출구가 되기는커녕 유독가스에 막혀 피해 규모는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병원 건물이 이처럼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로 이뤄지고, 소방설비조차 부실한 데는 병원같은 특수시설을 소방법상 예외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일반건축물처럼 다룬 당국의 안이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가 난 1층에는 방화문도, 옥내 소화전도 없었지만 일반건축물의 소방규정상 문제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셀프 안전점검’은 또 도마에 올랐다. 세종병원이 지정한 소방안전관리자는 이 병원 과장급 직원으로, 이 직원이 최근 실시한 지난해 6월 30일을 포함해 지난 3년(2015~2017년)간 소방안전점검(작동기능점검)에서 모든 항목에 ‘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결과표를 밀양소방서에 냈다. 현행법(소방시설법)상 이 직원이 소방안전관리사 2급 자격증을 보유해 ‘셀프 점검’에는 법적 하자는 없지만, 3차 현장 감식 결과 열에 의한 방화문 훼손 등 문제가 드러난 점에 비춰 부실 점검 여부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병원 자체 점검에서는 방화문을 포함해 자동소화장치·소화기·자동화재탐지설비·인명구조기구 등 모든 소방시설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 합선에 따른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1층 응급실 옆 탕비실은 원래 용도에 없던 시설로 전기 설비가 추가되면서 과부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종병원과 요양병원은 현재까지 모두 12차례 불법 증축을 해 당국에 적발됐으나 모두 벌금으로 때울 정도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했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슷한 대형 화재사고가 연달아 일어난다는 점은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라면서 “특히 ‘피난약자’를 수용한 병원 같은 장소에 대한 소방관리는 아무리 과해도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한편 창원 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문모(46)씨가 27일 밤 끝내 숨지면서 사망자는 38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늘어났다. 희생자 7명에 대한 발인이 28일 처음으로 있었다.

밀양=김형준 기자 medaiboy@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