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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파트 15%가 라돈 농도 WHO 기준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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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파트 15%가 라돈 농도 WHO 기준 초과

입력
2018.05.2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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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일수록 라돈 농도 높아

국내엔 기존 아파트 기준 아예 없어

신축 기준은 200베크렐… WHO의 2배

느슨한 기준 강화하고 일원화해야

신축 중인 아파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축 중인 아파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동주택(아파트) 15%의 라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일수록, 고층일수록 라돈 농도는 더 높았다. 하지만 국내엔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 아무런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신축 아파트에 대한 기준치도 WHO 기준의 2배로 매우 느슨한 상태다. ‘라돈 침대’ 사건으로 라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 절반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의 라돈 관리는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일보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환경부의 ‘공동주택 라돈농도 분포조사로 인한 영양인자 도출 및 저감방안 마련 연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일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서울, 인천, 김포, 강릉, 원주, 춘천, 아산, 세종, 함양군 등 9개 지역 178가구의 공동주택 라돈 농도를 단기 측정(3일)한 결과 평균 라돈 농도는 31~96베크렐(Bq/㎥) 범위에 있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2011년부터 2년 주기로 ‘전국 주택 라돈 조사’를 하고 있는데, 공동주택이 제외돼 있어 김포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겨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측정된 라돈 농도는 WHO가 권고하고 있는 실내 기준치(100베크렐)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이지만, 지역별 편차는 꽤 있었다. 서울(62) 인천(31) 등에 비해 강릉(96), 아산(93), 세종(85) 등은 꽤 높은 수준이었는데 이들 지역의 조사 대상 아파트에 준공 3년 이내 신축 아파트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WHO 권고기준을 넘어선 곳은 강릉 9가구, 아산 8가구, 김포 3가구, 세종과 춘천, 함양 2가구, 서울 1가구 등 총 27가구였다. 전체 조사대상의 15%에 달한다. 특히 국내에서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용되는 기준(148베크렐)을 넘어선 곳도 3가구(춘천 181베크렐, 강릉 170베크렐, 149베크렐)가 있었다. 보고서 연구 책임자인 김형진 김포대 보건환경과 교수는 “신축 공동주택이 다른 지역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라돈 농도를 보인 것은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라돈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인천, 김포, 아산, 세종에서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라돈농도가 높았다. 이는 겨울철 아파트가 밀폐된 상태에서 연돌효과(건물 내외부 온도 차 때문에 외부 바람이 내부로 들어오면서 위로 올라가는 현상)로 인해 공동주택 안으로 유입된 라돈이 엘리베이터가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통로나 계단 등을 통해 고층으로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면과 접촉한 저층의 라돈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층 건물에서 환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층에서의 라돈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같은 지역 180가구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라돈 농도를 장기 측정(3개월)한 결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단기측정 결과와 마찬가지로 준공된 지 3년 이내 신축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강릉, 아산, 세종의 경우 평균 라돈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라돈은 무색ㆍ무미ㆍ무취의 자연방사성 물질로 토양, 암석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붕괴되면서 생성되는데 주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 양순필 소위원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부처 정책 담당자들이 '라돈 방사성 침대'와 관련해 긴급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 양순필 소위원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부처 정책 담당자들이 '라돈 방사성 침대'와 관련해 긴급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환경부는 실내공기질관리법에 의거해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실내 라돈 기준치를 148베크렐로 정하고 있다. 이는 공기 1㎥ 중에 라돈 원자가 148개 떠다닌다는 뜻으로 미국의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 아무런 권고기준이 없다. 올해 1월에야 신축 공동주택에 한해 기준치를 만들었는데 200베크렐로 다중이용시설 기준치보다 훨씬 높다.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보다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미국은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 모두에 148베크렐, 독일은 이보다 엄격한 100베크렐의 기준을 적용한다. 영국은 신축건물은 100베크렐, 기존건물은 200베크렐 이하를 권고한다. 우리나라처럼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에 기준치를 따로 적용하거나 기존주택에 대한 권고기준이 아예 없는 나라는 없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옥주 의원은 “주기적으로 공동주택의 실내 라돈 농도를 측정해 라돈의 위해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권고기준을 만들고 환기시스템 설치를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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