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합숙하며 관련 지식 교욱
교육 전후 두 차례 걸쳐 설문조사
'국민이 비용 부담' 찬성 응답이
교육 받기 전보다 8.8%p나 늘어
핵연료 문제 심각성 알게 된 듯
원자력발전소 가동 후 남은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안을 공개 논의하는 첫 공론조사에서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해 정부에서 전기료 인상시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이 61.3%를 차지했다. 즉, 하수처리 비용 마련을 위해 상수도 요금을 올리면 받아들이겠다는 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6일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공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칭 사용후 핵연료 보관세 지불을 위해 전기료 5~10% 인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설문 대상자 175명 가운데 61.3%가 그렇다고 답했다.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사용후 핵연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응답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해결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이번 조사는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단순 설문 조사가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1박2일 합숙을 하며 관련 지식을 교육받을 기회를 준 뒤 토의 시간을 갖고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이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다. 우선 교육 전 조사를 하고 교육 후 동일한 질문을 다시 물었다. 이렇게 되면 교육에 따른 인식 변화가 확연하게 수치로 나타난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위원회가 교육 과정을 통해 응답자들을 설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역과 성별, 나이, 원자력 관련 평소 견해 등을 고려해 표본으로 추출한 일반인 17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 29일 이틀에 걸쳐 충북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계 전문가들의 전문 정보를 제공 받고 교육 전, 후로 두 차례 설문 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변화가 확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용 부담 부분이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 참가자 68.2%가 동의했다. 교육 전보다 8.8%포인트 올라갔다. 이 비용을 전기료에 더해서 부과할 경우 10% 인상까지 수용하겠다는 응답자도 61.3%로, 조사 전보다 28.7%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반대 응답은 교육 전 32.6%에서 교육 후 13.3%로 줄었다.
이 같은 공론 조사 결과는 몇 년 간 전기료가 잇따라 인상된 탓에 ‘사용후 핵연료 관리가 곧 전기료 인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용후 핵연료 관련 세금 부과 문제는 최근 원전 소재 지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책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벌써 전기료 인상부터 대두되면 아예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이 제대로 논의 되기 전에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다.
지난해 위원회가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이 2055년까지 국내에 건설?운영돼야 한다”고 내놓은 제안에 대해서는 참가자의 63.6%가 지지했다. 교육 전 60%에서 약간 증가했다. 반대 응답은 교육 전과 후 각각 8.6%, 8.7%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공론조사는 이 분야 석학인 로버트 러스킨 미국 텍사스대 교수가 전 과정을 참관했다. 러스킨 교수는 본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조사 절차상 큰 문제는 없으며 일반인에게 기술적 깊이가 있는 주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뒤 숙고를 거친 의견을 얻어냈다”고 평했다.
한편 국내에선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대형 수조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2016~2038년 차례로 수조가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처분 문제가 시급하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가 2013년 출범했으나 시민?환경단체의 불참 등으로 ‘반쪽’ 공론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공론조사에서도 시민ㆍ환경단체는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 패널에 참석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상반기 중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후 핵연료 관리계획 정책 권고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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