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거국내각ㆍ특검 수용에
추미애 대표 “진상 규명이 먼저”
의원들도 “강경” “신중” 의견 갈려
동참하면 朴정부와 공동 책임
팔짱 끼면 수권정당 체면 구겨
‘참여의 딜레마’에 빠져 혼선
더불어민주당이 ‘최순실 게이트’로 야기된 국정 혼란의 해법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특별검사나 참모진 교체, 거국내각 구성 등 야권이 던진 카드를 잇따라 수용하는 데 대해 임기응변 식 대응만 하면서 당내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 하야 투쟁’이란 강경 노선과 정국 수습 차원의 거국내각 구성 사이에서 지도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31일 의원총회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표창원 의원은 “(지도부는) 개헌과 특검을 한다 했다가 안 받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장외 집회에는 나가지 말라 하고, 거국중립내각도 하자 했다가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안 받는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쓴 소리를 하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총에선 정국 해결 방향을 두고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상민 의원은 “이미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 리더십이 무너졌고 대통령이 퇴진하면 60일 내 선거를 통해 새 국정 운영자를 선출하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며 대통령 하야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민병두 의원은 “여당 주도의 거국내각은 당연히 안될 말이지만 권력 이동이 이뤄져야 국민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거국중립내각도 대통령 하야ㆍ탄핵도 섣불리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김종민 의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 전권을 이양토록 요구한 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이나 하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단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어느 것도 당론으로 정한 것은 없다”며 “매일 9시30분 의총을 열어 당내 의견 수렴을 계속 하기로 했다”고 정리했다.
전날 거국중립내각을 놓고 새누리당과 ‘말바꾸기’로 논란을 빚었던 민주당은 이날도 새누리당과 특검 도입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해 ‘갈지자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특검 도입 협상을 벌이다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을 내걸고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우 수석이 전날 사퇴했다지만 갑작스런 협상 재개 선언에 당내 일각에서도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민주당이 ‘참여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국중립내각은 민주당도 공동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잘못에 따른 반사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경우 수권 정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향 설정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탄핵이나 하야 요구라는 강공책을 쓰기에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의 ‘학습 효과’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진실규명이 먼저라는 지도부 입장에 동의하지만 여당의 제안을 무조건 정략적이라며 상대방을 부정하려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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