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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미꾸리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공부에만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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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미꾸리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공부에만 몰두”

입력
2017.10.29 15:3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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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리 전도사’ 경남 박은주씨

천연암반수·연꽃 등 친환경 양식

“전통 추어탕 보급 위해 최선”

[저작권 한국일보] 박은주 사장이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연지골농원에서 국산 미꾸리 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박은주 사장이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연지골농원에서 국산 미꾸리 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해=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우리 몸에는 우리 식품이 좋듯이 추어탕도 국산 토종 미꾸리로 끓여야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추어탕(鰍魚湯)은 특정 계절 음식은 아니지만 이름에 가을 추(秋)가 들어간 덕에 가을이 제철이다. 기력이 떨어졌을 때 원기 회복 건강식으로 각광받는 추어탕은 지역별로 요리법을 달리하지만 국산 토종 미꾸리를 사용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경남 김해시에서 연지골농장을 운영하는 박은주(75)씨는 칠순의 나이에 뒤늦게 토종 미꾸리 양식에 뛰어든 미꾸리 지킴이다. 토종 미꾸리와 전통 추어탕 보급을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꾸리에 문외한이었던 박씨는 유년기 고향 경남 산청에서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추어탕이 온통 중국산 미꾸리로 대체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일흔을 넘긴 2013년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국립 수산진흥원 진해내수면연구소의 ‘미꾸라지 양식과정’에 들어가 4개월 과정의 교육을 이수했다. 당시 교육 수강생 중 추어탕 식당 창업은 박씨가 유일하다.

박씨는 주말농장용으로 사용하던 김해시 상동면 금동산 줄기의 불골 일대 논에서 천연암반수가 나는 것을 보고 이 논을 미꾸리 양식장으로 사용키로 하고 미꾸리 종묘를 방양했다.

3개의 양식장에는 지하 200m에서 하루 1,000톤가량씩 뿜어 나오는 천연암반수를 가득 채우고 연꽃까지 심어 부화장에서 옮겨진 미꾸리 치어들이 ‘자연산’과 진배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양식장은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연밭 그대로여서 이곳에서 자라는 미꾸리는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3월 중순까지 땅속으로 들어가 동면을 하는 자연친화형으로 조성돼 있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연지골농원에서 박은주 대표가 직접 키운 국산 미꾸리를 잡는 모습. 연지추어탕 제공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 연지골농원에서 박은주 대표가 직접 키운 국산 미꾸리를 잡는 모습. 연지추어탕 제공

또 양식장 옆에는 연지골농장(3,305㎡)에서 추어탕 재료로 쓸 채소가 자라고 있다. 채소밭 초입에 세워져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한 ‘무농약 인증서’팻말이 말해 주듯 농약을 일절 살포하지 않고 천연 암반수와 친환경 퇴비만으로 재배하고 있다.

2년여에 걸친 독학과 실습 등으로 미꾸리 양식에 집념을 불사른 박씨는 미꾸리 양식 성공에 이어 올해 초 농장 인근 2,300여㎡ 부지에 2층짜리 식당 연지추어탕을 오픈, 본격적인 전통 추어탕 만들기 도전에 나섰다. 박씨는 미꾸리와 채소 등 식재료를 모두 손수 장만하고 간장 등 양념도 전통 메주로 직접 장을 담가 사용하고 있다. 추어탕은 연지골농원 청정지하암반수 연밭에서 2년간 자란 토종 미꾸리를 은근하게 익혀 믹서가 아닌 소쿠리에 걸러 배추와 숙주 등과 함께 장작 가마솥에 끓여 담백하고 진한 ‘경상도식’ 추어탕을 재현하고 있다.

박씨는 가스가마솥에 비해 솥 전체에 열이 골고루 전달돼 진한 맛을 우려낼 수 있기 때문에 장작 가마솥 4개를 주방 밖에 걸고 장작불로 추어탕 끓이기를 고집하고 있다. 이 추어탕은 지난 5월 김해지역 최고 음식을 가리는 ‘2017김해 맛집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식당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김해 맛집’으로 선정됐다. 이쯤 되다 보니 미꾸리 양식은 물론 식당 개업을 한사코 말렸던 박씨의 네 자녀들도 이젠 ‘추어탕 전도사’가 다 됐다고 한다.

그는 “미꾸리 양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키워 토종 미꾸리를 지키고, 우리 고유의 전통 추어탕을 끓여 보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토종 미꾸리가 널리 보급돼 먹거리만큼은 우리 것을 보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해=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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