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의사 결정 내려놓고…”
작년 10월 대우조선 4조 지원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결정
정부의 노조 자구노력 요구도
결국 “지원하라” 신호에 불과
산은 노조, 단체행동 예고
“해운업계 구조조정 지연 문제도
정부가 불 붙여… 책임 물을 것”
“토사구팽 아니냐”
조선ㆍ해운업계 구조조정 실패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KDB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기류가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대 금융 지원 결정 등의 배후에 있었던 정부가 국책은행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은 노조는 조만간 구조조정 실패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산은 등 국책은행에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을 해주는 대신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경영상의 책임 문제도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를 이미 완료했고, 감사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관리 책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책임이 무겁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산은에만 떠넘기는 정부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라는 것이 산은 내부의 시각이다. 산은 한 관계자는 “산은의 책임이 크다는 걸 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주요 의사 결정은 전부 정부에 의해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했다. 숨어있던 수조원대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에 대한 지난해 10월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4조2,000억원 추가 금융지원 결정 역시 그 해 7월부터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 차례 열린 서별관회의(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이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당시 산은 내부적으로는 모든 채권은행이 공평하게 부담을 지는 자율협약을 선호했지만 정부는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해외 해양플랜트 발주업체들이 계약을 취소해 대우조선 손실이 불어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10월 22일 서별관회의 직후 정부는 임금동결과 파업 자제 등 자구계획에 대한 대우조선 노조의 동의서를 먼저 받아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이 역시 ‘노조의 자구노력 동의가 있을 경우 지원을 해야 한다’는 신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대우조선 노조는 곧바로 임금 동결과 파업 자제 의사를 밝히면서 지원이 이뤄졌다. 또 다른 산은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을 받으면 8조원대 선수금지급보증(RG)을 해준 수출입은행이 무너질 것을 가장 염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 일각에서는 해운업계 구조조정 지연 역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2013년 7월 정부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도입,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회사채 상환 부담을 겪고 있는 대기업 5곳에 대해 산은, 신용보증기금 등의 정책자금(약 2조6,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향후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산은 등은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가 소방수 노릇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 불을 붙인 것은 정부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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