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비리 연루 4번째 검찰 조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추궁
"성완종 특사 청탁 거절" 혐의 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73)씨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 받았다. 2008년 세종증권 사건을 비롯해 각종 비리에 연루됐던 노씨가 검찰에 나온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2007년 12월 2차 특별사면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노씨를 2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노씨는 오전 10시38분 검찰 청사 앞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출석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동행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2007년 말 행해진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확인했다. 성 전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5월과 2007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히 2007년에는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최종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갑자기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수사팀이 서면조사가 아닌 직접 조사 카드를 꺼낸 것은 노씨의 해명이 필요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노씨가 금품을 전달 받았다고 볼만한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메모에서 금품 전달 대상자로 지목한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등에게는 서면조사를 진행했다. ‘시점ㆍ동선ㆍ자금’의 일치점을 찾지 못해서라는 이유였다.
노 씨가 실제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특별사면 청탁을 했을 경우 적용될 수 있는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7년)는 2014년 12월까지로, 이미 지났다. 이에 따라 수사팀이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후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성 전 회장이 자신의 사면에 도움을 준 노씨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수사팀이 파악하고 소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사 2명이 투입돼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수사팀은 노씨를 상대로 성 전 회장과의 관계 및 구체적인 청탁 내용, 청와대 및 법무부의 사면 담당자들과의 접촉 여부를 추궁했다. 앞서 “경남기업 관계자가 찾아와 청탁한 것은 맞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주장했던 노씨는 이날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2008년에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관련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귀결된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자신이 실 소유주인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의혹과 관련, 이날 소환을 통보 받은 김한길(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검찰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조만간 다시 소환 통보를 하기로 했다.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제(67) 새누리당 의원은 당초 예정된 해외출장의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이르면 26일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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