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표기대로 발음하기 곤란한 단어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협력’을 표기대로 [협력]으로 발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말에서는 받침 ‘ㅂ’ 뒤에 오는 ‘ㄹ’은 [ㄴ]으로 발음해 [협녁]으로 발음하는데, 여기서 또 ‘ㄴ’의 영향으로 그 앞의 받침 ‘ㅂ’이 ‘ㄴ’과 같은 비음 계열인 ‘ㅁ’으로 바뀌어 결국 [혐녁]으로 발음하게 된다. ‘막론’의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막론→막논→망논’의 과정을 거쳐 [망논]으로 발음한다. ‘신라’ 역시 이를 표기대로 [신라]로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받침 ‘ㄴ’을 뒤에 오는 ‘ㄹ’과 동화시켜 [실라]로 발음한다. ‘인류’를 [일류]로, ‘삼천리’를 [삼철리]로 발음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온라인’과 ‘원룸’도 소리를 동화시켜 [올라인], [월룸]으로 발음하는 것일까? 아니면 ‘on’과 ‘one’의 뜻을 살려 [온나인], [원눔]으로 발음하는 것일까? ‘온라인(on-line)’, ‘원룸(one-room)’은 모두 외래어이기 때문에 표준 발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소리의 동화는 우리 고유의 말에만 적용되는 발음 원칙이기 때문에 이를 ‘온라인’과 ‘원룸’처럼 영어에서 온 말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대신 ‘on’과 ‘one’의 뜻을 살려 [온나인], [원눔]으로 발음하는 것이 단어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9ㆍ11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 중에서 ‘빈 라덴’을 [빌라덴]으로 발음하지 않고 [빈나덴]으로 발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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