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정불화ㆍ정신질환… 자녀 살해 부모들, 폭탄 안고 있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정불화ㆍ정신질환… 자녀 살해 부모들, 폭탄 안고 있었다

입력
2016.11.07 04:40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인으로서 성숙도 등 크게 부족

성장기부터 부모 역할 교육 필요

학대를 견디다 못해 맨발로 집을 탈출한 소녀, 계모에 의해 화장실에 감금돼 있다 사망한 원영이, 7세 딸을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던 친모 등 자녀를 살해한 부모들은 저마다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 2015~2016년 1심 이상 선고가 이뤄진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치사 사건 10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 빈곤, 가정불화, 정신질환 등 가족살해 사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고스란히 범행으로 이어졌다.

부천 부모처럼 어린 나이에 계획에 없던 아이를 출산한 부모들은 육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스트레스를 학대로 표출했다. 남편과 만난 지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던 이모(23)씨는 출산 후 급격한 체중 증가와 빈곤으로 고통을 받으며 아이를 방치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내 대신 아이를 돌봐야 했던 남편 박모(24)씨는 스트레스를 3개월 된 딸에게 고스란히 전가했고, 결국 올해 3월 울음을 그치지 않은 아이를 방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

2년 전 26개월 된 친아들을 방임하다 사망케 한 정모(24)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교 중퇴 후 PC방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는 부인과 별거하고 경제적 도움 없이 홀로 아이를 돌보게 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온라인게임에만 몰두했다. 정씨는 아들이 잠을 자지 않아 PC방에 갈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식을 살해했다.

계모와 친부의 미움이 가혹 행위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원영이 새어머니 김모(38)씨는 남편의 전처 남매와 함께 사는 것이 불만이었다. 김씨는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 원영이를 양육하기 싫다며 남편 신모(38)과 부부싸움을 하다 홧김에 아이에게 락스를 부었다. 신씨가 아들을 맡길 대안을 찾지 못하고 계속 주저하다 비극을 낳은 것이다.

지난해 3월 중학생 딸을 무차별 폭행하고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재워 숨지게 했던 목사 부부 역시 계모 백모(41)씨의 무관심이 발단이었다. 2009년 재혼한 백씨는 남편의 전처 소생 삼남매를 다른 곳에 맡겨 기르다 큰 아들이 경찰에 입건되자 막내 딸이 일탈할 경우 다시 양육을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7시간 넘게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노조절장애나 과도한 의존성향 등 부모의 정신적 결격사유도 학대에 영향을 미쳤다. 원영이 계모 김씨는 심리평가에서 불안척도 등 모든 영역에서 ‘위험’ 평가를 받아 기본적으로 감정통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전 친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박모(42ㆍ여)씨는 영적 능력이 있다고 믿은 지인 이모(45ㆍ여)씨의 체벌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박씨 면담보고서에서 그가 전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알게 된 이씨를 맹신해 의존성 인격장애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도현심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자식을 죽인 부모들은 성인으로서 자질이나 성숙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장기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부모 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학대가 대물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