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쿠바가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및 28개 회원국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치대화협력협약에 서명했다.
이로서 쿠바는 EU와의 ‘대화협력’관계에 들어가는 마지막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된다. EU가 제안하는 ‘대화협력’은 양국관계에서 무역은 물론 입출국과 인권과 연관된 사항까지 협의의 대상에 넣는다. 쿠바는 EU의 인권 문제제기를 내정간섭으로 보고 거부해 왔기에 양측은 1996년 EU 출범 이래 전면적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못했다. 단 유럽 내 좌파진영 일각은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조치에 반대해 쿠바의 주권 보호를 주장하기도 했다.
양측은 2003년 쿠바가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를 탄압한 데 EU가 항의의 의미로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지만 2008년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올해 3월 외교관계를 회복한다는 기본적인 합의를 마무리했고 EU 회원국의 동의를 받았다.
모게리니 대표는 “EU-쿠바 관계의 진정한 터닝포인트”라며 이번 협정은 EU가 쿠바의 경제·사회적 현대화 과정을 지원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쿠바의 사회주의 경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유럽과의 관계는 필수불가결”하다며 “주권과 인간의 존엄성 모두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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