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기준금리 인하 필요하다면
완화 정책 망설이지 않을 것”
일각선 ‘마이너스 금리’제기까지
국내도 금리 인하 쪽으로 힘 실리며
국고채 3년물 금리 사상최저 기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정책 기조를 ‘점진적ㆍ단계적 인상’에서 ‘인상속도 조절’로 틀면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각종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뒤엉키면서 일각에선 미국 금리가 ‘역주행’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7개월째 기준금리(1.5%)를 동결 중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리 방향 전환 가능성 열어둔 연준
연준은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0.25%→0.5%)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했던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다. 당초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엔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출석해 금융시장 혼란과 글로벌 저성장 등을 거론하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 완화 정책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자제하거나 최악의 경우 금리를 오히려 내릴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유럽과 일본에 이어 연준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전략가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연준도 비슷한 정책을 채택할 거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옐런 의장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원론적인 차원이긴 했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을 막을 수 있는 요인은 없다”고 했다.
시장에선 3월 금리 인상 전망은 아예 자취를 감춘 상태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심리에 국채 금리 사상 최저
유럽과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긴축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쪽에 강하게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11일 국채 3년물 금리는 사상 최저인 1.45%를 기록, 기준금리(1.50%)를 밑돌았다. 10년물 금리도 1.77%에 머물렀고, 심지어 30년물 금리까지 1%대에 진입(1.89%)했다. 안전자산에 돈이 몰린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국채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된 것”이라며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지만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깜짝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중국 경제 불안, 국제유가 추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이 고조된 데 기인한 것으로 이런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날 이주열 한은 총재의 진단에서도 한층 깊어진 고심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상당한 부작용을 빚고 있는 데서 보듯 섣부른 추가 완화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급증,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기준금리를 낮췄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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