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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뇌물 인정액 89억→36억→73억… 재판부 따라 ‘엎치락뒤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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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뇌물 인정액 89억→36억→73억… 재판부 따라 ‘엎치락뒤치락’

입력
2018.04.09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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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ㆍ뇌물공여 50억원 넘으면

특경가법상 징역 5년 이상 선고

말 구입비ㆍ경영승계작업 쟁점

뇌물 인정액 따라 집유ㆍ실형 갈려

대법원 판단에 李 운명 달라질 듯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 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 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주역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제3자뇌물죄 요건인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와 이에 따른 부정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의 성격을 뇌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쟁점에 대해 제각각인 하급심 판단에 따라 뇌물 공여 액수도 요동치고 있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 운명은 결국 대법원 판단에 갈릴 전망이다.

우선 이 부회장 항소심과 달리 뇌물로 판단된 말 구입비 성격 문제는 삼성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코어스포츠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3,484만원과 함께 말 3마리 구입비와 보험료 36억5,943만원을 뇌물로 봤다. 최씨 딸 정유라씨가 사용한 살시도와 비타나, 라우싱 등 말 세 마리의 소유권과 처분권을 삼성이 아닌 최씨에게 있다고 보고, 이 금액을 최씨와 박 전 대통령 뇌물액으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비타나와 라우싱을 자산관리 대장에 유형자산으로 등재하지 않은 것 ▦말 여권에 나타난 소유주가 말 중개업자(안드레아스)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이 부회장 1심 재판부와 동일한 결론이다. 반면 이 전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2월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을 뿐 말 세 마리를 뇌물로 보지 않았다. 서류상 말 소유권은 삼성전자에 있다는 게 이유였다.

말 구입비의 뇌물성 여부는 이 부회장 형량과 직결된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곧 횡령액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징역 5년 이상 선고하게 돼 있다. 최대 징역 3년까지만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말 구입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은 다시 실형을 살 수도 있다.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부정 청탁 쟁점 역시 재판부마다 바뀌면서 대법원 판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부정한 청탁’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증거 불충분과 함께 추론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6억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204억원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은 모두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심리를 맡았던 최순실 1심 판결문에서 “삼성SDS,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과 합병 등이 성공할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를 볼 때 그러한 효과가 확인된다는 것일 뿐”이라며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대통령과 이재용 사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며 “이러한 의미의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16억원의 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이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 말 구입비 및 코어스포츠 용역비(73억원)를 포함해 89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향후 대법원이 각 재판부가 이론의 여지 없이 뇌물로 본 코어스포츠 용역비(36억원)에다가 영재센터 지원금을 부정 청탁으로 판단할 경우 횡령액은 52억원으로 늘어나 실형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 뇌물공여액을 433억원으로 기소했고,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강요에 의한 것이라며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사건은 대법원 3부에 배당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주심은 조희대 대법관이고 김창석, 김재정, 민유숙 대법관이 3부에 소속돼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특검팀은 의견서와 답변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치열한 서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지만 재판부별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뇌물 인정 범위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큰 틀에서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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