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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꿀

입력
2017.03.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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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달콤하다. 그래서 “배가 고파서인지 밥맛이 꿀맛이다”처럼 '꿀'은 ‘아주 맛있음’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다. 또한 맛이 좋은 과일을 표현할 때도 ‘꿀사과, 꿀배, 꿀참외’처럼 ‘꿀’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그런데 ‘꿀’이 미각을 표현하는 데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꿀’은 인체의 특성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데도 쓰인다.

아주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성대’에 ‘꿀’을 결합한 ‘꿀성대’가 있다. ‘꿀성대’가 가능하면 그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꿀목소리’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체 이름에 ‘꿀’을 결합한 말은 성적 연상을 부추길 수 있다. ‘꿀’과 ‘허벅지’를 합성한 ‘꿀벅지’가 쓰이면서 일어난 논란을 기억할 것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은 ‘건강한 달콤함’이란 이미지를 부각할 때만 신체 이름에 ‘꿀’을 덧붙이는 듯하다. ‘꿀피부’는 곱고 윤기 있는 건강한 피부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꿀’의 쓰임이 많아지며 의미는 확장되고, 의미가 확장되는 만큼 ‘꿀’을 포함한 새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꿀’의 의미를 더 일반화한다. ‘꿀직장’, ‘꿀보직’, ‘꿀팁’, ‘꿀강의’ 등에서 ‘꿀’은 ‘매우 좋은’이란 뜻을 나타낸다. ‘꿀재미’와 이를 축약한 ‘꿀잼’에서 ‘꿀’은 ‘매우’의 뜻으로 쓰인다. 이제 ‘꿀’은 ‘이다’와 결합하여 ‘좋다’라는 서술어로도 쓰인다. “가창력이 꿀이다”, “가격이 꿀이다” 등처럼.

달콤함은 인간이 추구하는 맛의 절정이다. 그 절정의 맛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여서 그럴까? 연인들의 사이좋음을 관용적으론 ‘깨가 쏟아진다’고 하지만, 요즘의 연인들은 ‘꿀이 떨어진다’고 한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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