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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전망 현실화하자 나랏빚 민낯… 당국 "재정 여력" 반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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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전망 현실화하자 나랏빚 민낯… 당국 "재정 여력" 반복만

입력
2015.09.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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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둔화로 세수 줄어드는데

확장적 재정 정책 떠받치려

세수 전망 의도적으로 부풀려 와

당국 "OECD보다 낮다" 불구

저출산·고령화로 복지지출 급증

향후 통일 준비위한 재정도 필요

전문가들 "결국 세수 확충이 해법"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불과 2년 새 5%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면서 사상 처음 40%를 돌파하게 된 것은 없던 빚이 갑자기 생겼다기보다는 그늘 속에 감춰져 있던 빚이 드러난 것에 가깝다. 재정당국이 뒤늦게 저성장ㆍ저물가 국면을 인정하고 세수(稅收)전망을 현실화하면서 ‘경상성장률 전망 하락→세수 감소→재정적자 증가→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국가재정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증세 등 세수 확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최경환(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보다 3% 늘어난386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경환(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보다 3% 늘어난386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8일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35.7%)보다 5%포인트, 올해(38.5%)보다도 2%포인트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2017년(41.0%) 2018년(41.1%)엔 국가부채 비율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 비율을 30% 중반대에서 관리하겠다’는 기재부의 공언은 허언이 된 셈이다.

국가부채 증가의 일차적 원인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어가는 것이다. 내년 정부 총지출(386조7,000억원) 증가율은 3%로 예년보다 2%포인트 정도 낮지만,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을 감안하면 올해 총지출 증가율(5.5%)과 동일한 확장적 재정이라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재부가 뒤늦게 세수 전망을 현실화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확장적 재정지출을 떠받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수 전망을 과도하게 부풀려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실적치는 예산 편성 때 사용한 경상성장률 전망치보다 매년 3~4%포인트씩 낮았다. 비판이 확대되자 결국 기재부가 버티지 못하고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2%)를 대폭 낮춘 것이다.

경상성장률 전망이 낮아지면 국가부채 비율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국가채무 비율의 ‘분모’가 되는 GDP 규모가 작아진다. 이날 발표한 ‘2015~2019년 계획’을 보면 기재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경상성장률을 4.2~5.3% 정도로 예측한다. 반면 지난해 발표한 ‘2014~2018년 계획’에선 경상성장률이 이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5.9~6.3%대다. 이에 따라 이 기간 GDP 규모도 적게는 80조원, 많게는 120조원 이상 하향 조정됐다.

반면 성장 둔화로 세수가 줄어들면서 ‘분자’인 국가채무액 규모는 대폭 늘어났다. 기재부는 ‘2014~2018년 계획’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채무 규모를 615조5,000억원~691조6,000억원으로 내다봤지만 이날 발표한 ‘2015~2019년 계획’에선 645조2,000억원~731조7,000억원으로 매년 30조~40조원 가까이 늘려 잡았다. 최재영 기재부 재정기획국장은 “성장률을 낮추면서 세입 증가율이 세출 증가율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그 결과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돌파하게 됐지만 기재부는 아직까지 재정에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4.6%ㆍ올해 기준)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매년 급증해 2018년부터는 의무지출 규모가 재량지출 규모를 앞지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판단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국가채무 비율 40%는 우려해야 할 수준”이라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향후 경제 위기에 투입해야 할 재정 여력을 충분히 갖춰야 하고, 향후 통일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OECD와 비교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재정 지출을 무턱대고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세수 확충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출 조정은 한계가 있고 결국 수입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공약가계부의 실패가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법인세 증세, 임대소득 과세 등 전면적 세수 확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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