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고교 동창인 황교안 총리를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다른 빛을 받아 발광(반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빛의 근원인 박근혜 대통령이 어둠의 세계로 유폐되면 황 총리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대행 이상을 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발언을 받아 작가 유시민은 “황 총리는 좋게 말하면 모범생이요 나쁘게 말하면 용기 없는 사람”이라며 “그는 정해진 대로만 가기 때문에 김병준씨나 손학규씨가 권한대행을 하는 것보다 더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 두 사람의 예상이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 대행의 행보가 그만큼 대담하다. 국회와 상의 없이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유임시켰고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는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직무 수행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야3당 대표의 면담 요구에는 개별 만남을 역제안했다. 국회 존중이 특히 필요한 시기에 반대로 하는 셈이다. 여론을 듣겠다던 13일 간담회에는 보수인사들만 초청했다. 국정교과서 강행과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등 갈등 유발 정책 밀어붙이기에도 그의 뜻이 반영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 고건 전 총리는 2004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안정적 국정 관리로 한정하고 대통령 행세는 피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에게 머리부터 숙이고는 곧바로 폭설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조언을 듣겠다고 초청한 원로들은 대부분 온건 중도 인사였다. 탄핵반대 촛불집회 참가단체 등의 대표를 만나 자제를 요청했고 총선을 앞두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고속도로 기공식에는 가지 않았다. 그의 처신을 두고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며, 두드려본 뒤 건너지 않을 때도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 고 대행은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아 신중했던 반면 황 대행은 인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눈치보지 않고 몇 달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 고 대행은 ‘개혁대통령과 안정총리’라는 보완관계였지만 ‘걸어 다니는 국보법’인 황 대행은 박 대통령 못지 않은 강경보수여서 대통령을 보완해 주기도 어렵다. 친박계가 황 대행 방어에 나선 것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갈등을 부추기며 대통령 흉내를 내면 본분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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