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노골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일찌감치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우리 수출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은 38억1,000만달러의 석유화학제품과 28억9,000만달러의 석유 제품을 수출했다. 67억달러의 수출 실적은 64억달러의 반도체를 앞선 것으로, 총 수출액의 15.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출 실적 덕분에 지난달 우리 수출 총액(432억달러)은 작년 2월과 비교해 20.2%나 증가했다. 1월(11.2%)에 이어 2개월 연속 우리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5년5개월 만이었다.
정유ㆍ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출 호조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수출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린 덕이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설비 효율화를 마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1997년 36%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감소했으나, 2006년에도 여전히 30%의 높은 의존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석유 수요에 맞춰 중국 기업들이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2008년 하루 872만배럴의 원유 정제설비를 갖고 있던 중국은 5년만에 설비 규모를 44% 늘려 하루 1,259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벗어나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수출길을 넓혔다.
2011년 22.5%였던 중국 수출 의존도가 2015년 15.2%, 2016년 19%로 꾸준히 낮아져 20%선 아래로 줄어든 반면 필리핀 수출은 2011년 980만 배럴에서 2015년 1,515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2009년 수출 비중이 각각 3.9%와 0.2%에 불과했던 호주와 말레이시아도 6.5%, 2.6%까지 높아졌다.
특히 단일 제품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중국과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을 요구하는 필리핀의 특성에 맞춰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콤플렉스의 유휴 탱크를 최대한 활용해 대응했다.
이런 노력으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유가 하락에도 전체 매출 39조5,000억원 중 70%가량인 27조5,000억원을 수출 실적으로 올렸다. 올해 수출액은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업체들의 수출국 다변화 전략으로, 정유업계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 등 국제적 변수에도 안정적인 수출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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