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A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전두환 회고록’을 찾았다. 판매대에 진열된 회고록 1권이 모두 팔려, 직원 도움을 받아 책을 손에 쥔 A씨는 “전두환씨도 할 말이 있을 거 아니냐. 궁금해서 사러 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 시절’이 살기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달 초 펴내 큰 논란을 부른 ‘전두환 회고록’(전 3권ㆍ자작나무숲)이 50대 이상 남성 독자들과 대구 지역의 지지를 바탕으로 예상보다 높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환 회고록’은 26일 기준 1,2,3권이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4·5위에 각각 올라 있다.
한국일보가 온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에 의뢰해 3일 출간 직후부터 26일까지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전두환 회고록’의 독자는 60대 이상이 24%, 50대가 23%로 5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구매비율은 77%(60대 이상은 22%, 50대는 19%)로 매우 높았다. 정치사회분야 주 고객층이 30~40대이고 지난해 기준 이 분야 여성 구매비율이 52%인 점을 감안하면,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중·노년 남성의 관심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 구매비율에서는 대구가 도드라졌다. 지난해 전국 정치사회분야 도서 구매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42%에 그쳤지만, ‘전두환 회고록’은 9.79%였다. 여느 정치사회분야 도서보다 ‘전두환 회고록’을 두 배 이상 많이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국 정치사회 도서 구매비율에서 1.11%를 차지했던 광주의 ‘전두환 회고록’ 구매비율은 0.24%에 불과했다. 서울(45%)과 경기(19%)가 ‘전두환 회고록’ 구매자의 과반을 차지했는데, 이는 정치사회분야 평균(서울 45%, 경기 22%)과 큰 차이가 없다.
온라인 서점 특성상 지방, 중장년층의 구매가 적은 예스24의 판매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정치사회분야 도서에서 14.9%만을 점유했던 50~60대가 ‘전두환 회고록’ 구매 비율에서 31.9%를 차지했다. 지난해 17개 시도 중 정치사회분야 서적 구매비율 꼴지를 기록했던 지역인 대구(3.1%)는 ‘전두환 회고록’ 구매에서만큼은 서울(33.3%), 경기(20.4%), 경남(7.2%)에 이어 4위(6.5%)를 기록했다. 서울의 전통적인 ‘보수’ 지역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전두환 회고록’ 구매가 서울 전체 구매의 41.2%를 차지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표면적으로 ‘전두환 회고록’ 주요 구매자가 중장년 남성, 대구, 강남 등 전통적 보수층으로 보이지만 각 서점 홈페이지 ‘구매 후기’를 읽어보면 ‘전두환 지지층’이 책을 구매했다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파란을 일으키자 이에 대항마를 자처한 책 ‘전두환 타서전(他敍傳)’(그림씨)도 이번 주 출간됐다. 역사편찬체제 중 기사본말체(사건에 초점을 맞춘 역사편찬체제)형식의 서술방식을 택해 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신문기사 106건을 모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유고를 보도한 1979년 10월27일자 신문기사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사형선고까지 일련의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나열한다. 신문기사 외 주관적 평가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책을 엮은 역사연구자 정일영, 황동하씨는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 그 또한 그의 자유라고 할지 모른다(…)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피해자와 소수자에게 어떤 권리와 자유를 주었는가?”라고 반문하며 출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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