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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갑자기 뚝, 스트레스 욱...성인 인증 남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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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갑자기 뚝, 스트레스 욱...성인 인증 남발 탓

입력
2014.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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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매번 복잡한 인증 절차 등 과도한 규제가 불편 초래

이용자들은 법 적용 안 받는 간편한 유튜브로 옮겨가

국내 음원사들 "비현실적 규제"

스마트폰으로 한 음악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이용불가인 싸이의 노래 '77학개론'을 선택하자 음악이 도중에 차단되며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창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한 음악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이용불가인 싸이의 노래 '77학개론'을 선택하자 음악이 도중에 차단되며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창이 나타났다.

직장인 김미현(36)씨는 요즘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다 짜증이 난다. 음악이 흘러 나오다가 갑자기 뚝 끊어지며 성인이 맞는 지 확인해 달라는 인증창이 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들을 수 없는 일부 곡의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성인 인증 절차를 요구해 음악이 자주 끊긴다”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인터넷으로 음악을 자주 듣는데, 거꾸로 스트레스가 더 쌓일 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멜론 네이버뮤직 KT뮤직 소리바다 등 국내 인터넷 음악 서비스에 비상이 걸렸다. 여성가족부가 이달 말부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을 강화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져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1일부터 강화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인터넷에서 ‘청소년 이용불가콘텐츠’를 이용할 때 마다 모든 이용자가 성인 인증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여러 곡의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듣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의 경우 처음에 음악을 듣기 위해 회원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접속 절차(로그인)를 거치더라도, 중간에 청소년 이용불가 음악이 섞여 있으면 해당 곡이 흘러 나올 때 갑자기 음악이 중단되며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된다. 컴퓨터(PC)나 스마트폰 모두 동일하다.

특히 PC에서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인터넷 창(웹브라우저)을 닫거나, 스마트폰 앱에서 로그아웃을 한 경우 다시 웹브라우저를 실행시키거나 로그인하면 성인 음악을 들을 때 또 성인 인증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처럼 정부가 성인 인증 절차를 강화한 이유는 청소년들이 부모 등 성인의 로그인 아이디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로그인 절차를 통해서 성인 확인을 하는 정도로는 청소년의 성인용 음악 접근을 막을 수 없어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음악서비스업체들이 지난달 해당 인증절차를 시범 적용해 본 결과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모 음악 사이트 관계자는 “매번 브라우저나 앱을 실행할 때마다 계속 성인 인증을 하라고 하니 이용자들이 싫어한다”며 “음악이 끊기지 않고 재생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성인 인증 때문에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성인 인증 절차의 불편함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은 올 4월 열린 제 3 차 문화융성회의에서 “성인 콘텐츠를 보기 위해 매번 인증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역차별 문제도 대두된다. 이 법이 국내 사이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유튜브 등 외국업체들의 서비스는 국내법으로 성인 인증을 수 차례 되풀이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현아의 최신곡 ‘빨개요’를 국내 음악 서비스에서 들을 경우 성인 인증을 되풀이해야 하지만 유튜브의 경우 처음 한 번만 로그인 하면 되풀이해서 성인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국내 음악 서비스에서 이탈해 유튜브로 옮겨 간다. 국내 음악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달 말 이후 이용자들의 이탈이 우려 된다”며 “정부에서 콘텐츠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만들고 있어 오히려 콘텐츠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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