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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대대적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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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이 대대적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때인가

입력
2017.09.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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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북한의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21일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방안에는 ▦WFP의 아동ㆍ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달러 ▦유니세프의 아동ㆍ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달러 공여 등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관련 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기본 정책 방향에 따라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종료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도 인도적 지원만은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방침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번 방침이 발표된 시점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내용이나 시기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정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지만 지원의 대강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만하다. 지금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는 시기다. 대북 압박이나 제재에 국제사회의 공동보조나 일치단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내용이 누그러졌지만, 한때 대북 원유ㆍ석유제품 전면 금수까지 논의된 마당이라면 인도적 지원을 일부 희생해서라도 북한에 강력한 제재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두텁다.

정부의 대북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일본 관방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한에 대해 각별히 엄격한 제재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끊을 수야 없더라도 당장 대북 압박을 조여 가고 있는 한미일 공조 체제에 균열을 내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인구센서스를 위한 유엔인구기금(UNFPA)의 600만달러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는 등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던 정부다. 돌연 방향을 틀어 인도적 지원을 들고 나섰으니 국민 눈에는 시기적 부적절성만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북한과 모종의 물밑 대화가 이뤄졌고, 거기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가능성까지 일깨운다. 그런 구체적 배경이 밝혀진다면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싸늘한 눈길도 크게 달라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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