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소리에 귀 막은 리더십 문제, 대결적 사고보다 실리적 사고 긴요
대통령은 국민·여야 정치권에 인선 이유 밝히면 의혹·혼란 줄 것
박근혜 정부 2년에 대해 정치학자, 평론가, 여론분석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결 같았다.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잘한 게 없다”는 답변 일색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정치분야의 잘못한 지점을 열거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2년 동안 잘한 대목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굳이 꼽자면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처럼 엄청난 국부를 낭비한 게 없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잘못한 지점에 대한 전문가 반응은 비슷했다. “너무 많아서 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나온 답은 ‘소통 부재, 신뢰 추락’이었다. 원인으로는 대통령의 인사를 꼽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탕평 인사는커녕 자기 주변 사람만 쓴다”며 “이 때문에 정치를 전반적으로 마비시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싫은 소리,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들었다. ‘노(No)’를 듣기 싫어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일방 인사’를 낳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야당은 물론 여당을 포함한 ‘여의도’와의 불통도 지적했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국정 안정을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필수인데, 대통령은 친박 측근 중심의 폐쇄적 권력 운용을 해 되레 당ㆍ청간 대립구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후임 비서실장 인선에 난항을 겪는 이유도 자신과 코드가 맞아 순종할 사람을 찾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미 정권 초기 박 대통령 자신이 불통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에게 난제로 닥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에서부터 대응이 꼬였다는 것이다. 이철희 소장은 “대통령은 이 사안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여와 야의 정쟁으로 만들어 에너지를 낭비하고 국정원 개혁이라는 정책 과제도 놓쳤다”며 “이로 인해 야당과 국민의 신뢰까지 잃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신뢰를 찾을 수 있는 해법 역시 인사에서 찾았다. 이준한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호남 출신의 김황식 국무총리를 기용했듯, 박 대통령도 형식적으로라도 야당에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신뢰 회복과 소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람을 상정하고 자리를 고르지 말고 자리를 놓고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인사 검증과 비선 개입을 차단할 인사추천권을 줘야 한다”(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는 의견도 있었다. “비서실장의 추천을 받아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을 한 뒤, 국민과 여야에 최종 발탁의 배경과 이유, 인선 과정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면 의혹이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임기 3년, 박근혜 정부가 집중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대통령의 ‘퉁퉁 불은 국수론’을 들며 “근본적 원인은 야당의 비협조가 아니라 정치권과 관계를 꼬이게 한 대통령에 있다”며 “이를 풀 책임 역시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의회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현재 같은 대결적 사고가 아니라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법안 통과를 얻어낼 수 있는 실리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국민 앞에 솔직해져라”(신율 교수), “참모가 직언할 분위기를 만들어라”(최창렬 교수), “여야 의원들을 자주 만나라”(이준한 교수), “반부패 과제만큼은 해결하라”(배종찬 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9%)보다도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80%까지 끌어올리라”(이철희 소장) 등의 주문이 쏟아졌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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