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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하기도, 묵인하기도…‘북한산 석탄 딜레마’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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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하기도, 묵인하기도…‘북한산 석탄 딜레마’ 빠진 정부

입력
2018.08.08 04:40
수정
2018.08.0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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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美는 제재 압박, 北은 민감 반응

정부 10개월째 조사하는 동안에

진룽호 등 의심선박 8척으로 늘어

“외압이나 고의 아니다” 진땀 해명

#2

美 “대북제재 철저한 이행” 강조

北은 “뒤에서 제재 굿판” 신경전

[저작권 한국일보] 북한산 석탄 운반 의혹을 받고 있는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있다. 부두에 석탄을 하역한 진룽호는 이날 오후 서둘러 출항했다. 포항=김정혜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북한산 석탄 운반 의혹을 받고 있는 ‘진룽(Jin Long)’호가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해 있다. 부두에 석탄을 하역한 진룽호는 이날 오후 서둘러 출항했다. 포항=김정혜기자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의혹 조사가 10개월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운반선 억류 등 대북제재 조치를 피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려는 의도 아니냐’, ‘파장을 의식해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외압ㆍ고의 탓에 지연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제재 이행에 민감한 북한과 미국을 중재해야 하는 한국 입장 때문에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7일 미국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보고서는 파나마 선적 ‘스카이 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해 10월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북한산 석탄 9,000여톤을 선적한 뒤 국내 입항 후 이를 러시아산으로 신고했다고 기술했다. 두 선박이 한국 당국에 억류되지 않은 채 운항을 지속하자 ‘제재 위반 관여 선박이 입항할 시 나포ㆍ검색ㆍ억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한국 정부가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제재 위반 의심 선박이 계속해서 늘어나 7일 현재 샤이닝리치ㆍ진룽ㆍ안취안저우66호 등 총 8척이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재 이행에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결의 2397호 내용 상 준수 의지만 있다면 선박 억류 등 조치를 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산 석탄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국내에 입항해도 현재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검색뿐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의혹 대상 선박인데도 포항항에 들어온 진룽호를 붙잡아두거나 할 수 없냐’는 질문에 “선박을 검색했지만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한 혐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해당 선박은) 예정대로 출항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현실적으로 외교 절차 착수의 선행 조건인 수입업자 국내법 위반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을 억류하는 건 쉽지 않다. 전날 기자들과 만난 관세청 당국자는 “혐의가 있는 수입업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ㆍ출국금지, 휴대폰 포렌식(데이터 복원) 등을 진행했지만 관련 업체가 많고 관련자들이 진술을 부인하거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기소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니 보강 수사를 하라’는 검사의 지시도 수시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정부가 북미의 대북제재 신경전 속 어느 한쪽에 적대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측은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주장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앞에서는 대화 판을 펼쳐놓고 뒤에서는 제재 굿판을 벌여놓는 수화상극(水火相剋)의 이 괴이한 태도”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한국에도 화살을 돌렸다.

반면 미국은 연일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동남아 순방 후 “각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지속하는 등 우리의 계획을 추동하고 북한 문제의 진전 속도를 높이는 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결집시켰다”며 ‘대북제재 공조 강화’를 순방 성과로 꼽기도 했다. 다만 한미 간 공조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VOA에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해상 이행에 있어 충실한 동반자”라며 신뢰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산 석탄 반입 여부 팩트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직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일부러 석탄 반입 의혹을 뭉갠다는 것은) 무리한 추측이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제재 위반을 묵인할 경우 한미 간 신뢰가 금 가고 비핵화 프로세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방조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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