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부터 학생운동 투신
고비마다 "두려워 말라" 호소
예상과 달리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반대’로 나오자, 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알렉시스 치프라스(40) 그리스 총리의 인간적 면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구제금융 연장 협상안 거부부터 그리스의 미래를 건 국민투표 선택까지 고비마다 치프라스 총리의 타고난 반골 기질 성향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AP는 6일 치프라스 총리가 언제나 반항아의 면모를 보였다며 이미 10대 때 거리로 나와 바리케이드를 치고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고 소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17세 때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 투쟁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업을 들을 지 말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방송에서 구제금융 연장 협상안과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며 “국민들은 협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협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던 장면이 겹친다.
프랑스ㆍ그리스 역사가 올리비에 들로롬은 AP와 인터뷰에서 “치프라스는 ‘두려워하지 말라’ ‘존엄성을 회복하자’라고 말하면서 그리스 역사에 내면화된 저항 정신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언급들은 오스만제국 지배 아래 있을 때 그리스인들의 저항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리스가 유럽에서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고,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발언권도 세질 것”이라고 반대표를 호소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아테네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학생 때 전국대학생연합 중앙위원으로 선출돼 학생운동에 앞장섰다. 아테네기술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졸업 후 한 때 건축회사에서 일했으나 곧 정계에 투신했다.
서른 살이 되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아테네시장에 도전해 득표율 10.5%로 3위를 기록해 정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3년 뒤에는 시리자의 전신인 ‘시나스피스모스’ 대표로 선출돼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정당 지도자가 됐다. 1월 시리자가 집권하면서 그리스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치프라스는 총리 임명 이전에도 시리자를 이끌면서 채권단이 구제금융 조건인 연금과 임금 삭감 등을 철폐해 그리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채무의 원금과 이자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탕감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런 긴축 반대를 뼈대로 한 공약은 오랜 경제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치프라스 총리는 고등학생 때 만난 좌파운동 동지인 컴퓨터 전문가 페리스테라 바치아나와 동거하며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둘째 아들의 중간 이름을 쿠바의 정치가이자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본명 ‘에르네스토’로 지었다. 아테네 프로축구팀 파나시나이코스FC의 열혈 팬으로 알려졌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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