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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연찮은 국정원 해명, 철저한 조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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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연찮은 국정원 해명, 철저한 조사 필요하다

입력
2015.07.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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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실시간 도ㆍ감청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구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민간인 사찰용이 아닌 해외 북한 공작원 감청을 위해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원장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제작업체와 주고 받은 이메일을 보면 국정원은‘서울공대 동창회 명부’와 ‘천안함 조사’라는 제목의 영문 파일에 악성코드를 심어 달라고 요청했다. 파일 제목만 봐도 대북정보 수집이나 방첩보다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업체에 보내 해킹 방법을 문의한 것도 석연찮다. 해외판매 제품을 보내면 될 텐데 굳이 국내판매 제품을 이탈리아까지 보낸 것은 내국인 용도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카카오톡 앱에 대한 해킹을 강력히 주문했다든지, 국내 보안업체가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인 ‘안랩 모바일 백신’을 피해갈 기능 개발을 의뢰했다든지 하는 것도 해외 대북 정보전 용도라는 해명을 미심쩍게 한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 때 기재한 ‘5163부대’라는 위장명칭은 오래 전부터 사용해와 세계 정보기관들이 이미 한국 국정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 주장대로라면 북한을 비롯한 대다수 정보기관들이 아는 이름과 주소를 버젓이 적고 북한 공작원용 프로그램을 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시점이 하필이면 총선을 2개월 앞둔 2012년 2월인지, 그리고 대선을 코앞에 둔 12월에는 프로그램을 왜 추가로 주문했는지 하는 의혹이 꼬리를 문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대공수사에 사용했다 해도 불법 논란을 벗어날 수 없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법원의 영장을 받은 경우에 한해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장 청구 등 정당한 절차를 밟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더구나 악성코드를 상대방 기기에 몰래 설치한 뒤 감청하는 기법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 아무리 대공수사 목적이라 해도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국회가 위법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적극적인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검토해 필요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댓글 사건으로 국민적 불신을 산 바 있다. 그런 전력때문에라도 한 점 의혹 없는 투명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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