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또 오해영’이라는 연속극이 인기리에 종방되었다. 그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 끌려 필자도 내내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그런데 극 중에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가 장차 사위 될 남자 주인공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남자 주인공의 남동생이 ‘사돈어른’의 음식 솜씨가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 예처럼 시동생이 형수의 어머니를 가리켜 ‘사돈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른’은 높임말이니 얼핏 가능할 듯도 싶다. 그러나 ‘사돈’은 기본적으로 같은 항렬의 사람끼리 부르거나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끼리 “사돈, 안녕하셨어요?” “사돈이 떡을 보내셨네”와 같이 말한다. 이 경우 ‘사돈어른’은 주로 바깥사돈에게 쓰는 말이다.
상대방 집안의 위 항렬의 사람에 대해서는 ‘사장(査丈)어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위나 며느리의 조부모는 위 항렬의 사람이므로 “사장어른, 손주가 결혼해서 좋으시죠?” “사돈, 사장어른도 건강하시죠?”와 같이 부르거나 가리키는 것이다.
동기 배우자(즉 형수, 제수, 매형, 매부, 올케, 형부, 제부)의 부모도 나에게는 위 항렬의 사람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사장어른’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어머니, 사장어른 오셨어요.”와 같이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앞서 연속극의 등장인물은 ‘사돈어른’이 아니라 ‘사장어른’의 음식 솜씨가 좋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에서 같은 항렬의 부모끼리는 ‘사돈’ 위 항렬의 사람에 대해서는 ‘사장’으로 구별하여 부른다. 우리말은 이처럼 호칭어·지칭어까지 경어법에 따라 세분화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잘 익혀 쓸 필요가 있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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