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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국정농단’에도 한몫 한 국정원을 이대로 두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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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국정농단’에도 한몫 한 국정원을 이대로 두어서야

입력
2017.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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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국가정보원이 핵심적 역할을 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정원이 개입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문체부 직원들 조사에서 블랙리스트가 국정원의 진보단체 동향 보고 등을 참조해 작성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자택 압수수색도 그와 관련돼 이뤄졌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국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 투자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보고한 정황도 특검에 포착됐다. 이 보고를 한 부서는 국정원내 국내 정보 수집 담당으로, 그 부서 책임자는 최씨 관련 정보를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직보한 사실이 드러났던 인물이다. 해당부서 전체가 청와대 정치 공작의 손발 노릇을 한 셈이다. 지난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대법원장 사찰문건’도 국정원 작품일 가능성이 높은 점으로 보면 국정원의 사찰과 공작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이 한층 분명해진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왔다. 대선 댓글 공작,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민간인 해킹의혹 사건 등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반면 정작 북한 정보 수집에서는 숱한 허점을 노출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지뢰 폭발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탐지한 사례는 거의 없다. 본연의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엉뚱한 일에 끼어들어 잡음만 일으킨 꼴이다.

정권 보호 차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현행법에도 명백히 금지돼 있다. 국정원법은 국내 정보 수집 대상을 대공ㆍ방첩ㆍ대테러로 한정하고 있다. 민간인들을 뒷조사하고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하는 행위는 중대한 불법행위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2015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일”이라며 “불미스런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말뿐이었지 국정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역대 정권은 국정원을 정권 안보의 도구로 이용하려 했고, 국정원도 그런 역할에 충실하며 공생했다. 그 결과 국정원은 국가 안보의 첨병이 아니라 정치 흥신소 수준으로 전락했다.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정치권 전체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끔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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