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가수들 요청에 유족 마음 돌려 수술했던 송파구 병원 경찰에 고소
가수 고 신해철(46)의 갑작스러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이 나섰다. 사망 5일 전 그를 수술한 병원을 경찰에 고소하고, 예정된 화장까지 미룬 채 부검을 받기로 결정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31일 오후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37)씨가 그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이사를 통해 서울 송파구 S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네 줄 분량의 고소장에는 ‘(신해철이) 수술 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윤씨의 대리인을 상대로 고소 내용에 대한 진술을 듣고 신해철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부검결과를 토대로 수술 5일 만에 사망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며 “S병원 관계자들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병원 고소와 부검 결정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남궁연 신대철 싸이 유희열 윤도현 윤종신 이승철 등 동료 가수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정됐던 신해철의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수 이승철은 “동료 가수들이 정확한 사인을 밝히자며 유족에 부검을 요청했고, 유족이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가수 윤종신도 “시신을 화장하면 의문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과정들이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장례 일정이 급작스럽게 변경되면서 신해철의 사망이 의료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신해철의 부인 윤씨는 “주치의가 (장협착) 수술 마지막에 위를 접어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는데 사전 설명이나 수술 동의를 한 적이 없어 거세게 항의했다”고 전날 주장했다. 한 지인은 “신해철이 2009년 S병원 원장에게 위 밴드 수술을 받은 후에도 경과가 좋지 않아 자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2009년 위 밴드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겨 10월 17일 장협착 수술 중 예정에도 없던 수술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신해철이 수술 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22일 심장이 멎어 심폐소생술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장협착이 심했고 염증이 복막 내부까지 번져 있었다는 것도 S병원의 치료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신해철의 매형 김형열씨는 “수술 후 고열과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수술 후 갑자기 사망해 의료사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병원 측 변호인은 “여러 가지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함으로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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