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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무원 242만원 대 국민 37만원

입력
2018.05.06 18: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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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라도’는 ‘썩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음’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고기가 없으니) 국수라도 좀 먹어보렴’하는 식으로 쓰인다. 무심코 이 말을 잘못 썼다가 큰 코 다친 적이 있다. 서너 해 전쯤이었을 거다. 초등학교 여자 동창의 큰아들이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 때도 이미 취업난이 심각해 다들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동창이라도 특히 죽마고우 같은 친구 일이라 들떠 그랬던지 순간, “정말 잘됐다. 7급 공무원이라도 요즘 그게 어디냐”는 얼빠진 대사를 흘리고 만 것이다.

▦ 아차 싶었지만, 이미 싸한 냉기와 함께 친구의 눈꼬리가 날카롭게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삿대질과 함께 “아니 얘 봐, 7급 공무원이라도라니, 너 지금 제 정신이니?”하며 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어쩌랴. 실언이라도 멍청한 얘기였으니 혼나도 쌌다. 사실 80년대만 해도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거쳐 ‘등과(登科)’하는 것 빼고, 그냥 공무원으로 취직한 걸 축하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웬만한 대학 나오면 골라 갈 정도로 대기업 일자리가 넘쳤고, 증권맨이니 프로듀서(PD)니 하는 멋진 일자리도 크게 늘어났다.

▦ 하지만 다 옛날 얘기다. 일자리 기근 속에 공무원이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된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무원은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래 줄곧 압도적인 선호도 1위 직업이다. 2017년 통계만 봐도 13~29세 청년 25.4%가 공무원을, 그 다음으로 19.9%가 공기업 취업을 원했으니 전체 청년의 45.3%가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원한 셈이다. 반면 대기업 취업 선호 비중 15.1%를 포함해 민간 직업 선호는 공무원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 젊은이들이 먼저 안다. 2016년 국내 직장인 평균 월급은 335만원 정도다. 반면 올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평균은 522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업무는 명예롭고 여유 있으며, 대한항공 오너 같은 괴팍한 사람들을 섬기며 수모를 삼킬 일도 없다. 연금을 보면 공무원의 자리는 더 까마득히 높아진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1인당 월 평균 수급액은 36만8,570원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241만9,000원으로 무려 6.6배에 달했다. 이러니 누가 공무원 마다하고 민간 직장에서 ‘공연히’ 애를 쓰겠는가.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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