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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없고 부유한 싱가포르의 오늘 일군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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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없고 부유한 싱가포르의 오늘 일군 '설계자'

입력
2015.03.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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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중국계 출신 유학파 변호사

노동운동가 변신 뒤 35세에 총리

국민소득 30배 증가 아시아 1위

부패지수 평가서도 세계 1위 명성

공공건물 조기ㆍ애도 물결 이어져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23일 사망했다. 향년 91세.

싱가포르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 전 총리가 오늘 오전3시18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아들인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전 총리는 지난달 5일 심한 폐렴 증세로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부유한 중국계 출신 리 전 총리는 1923년 싱가포르에서 출생,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951년 귀국해 노동운동가로 변신,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정치에 첫 발을 내디뎠다.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 서른 다섯의 젊은 나이에 자치정부의 총리가 됐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해 싱가포르 초대 총리에 취임했고 1990년 은퇴할 때까지 약 30년 간 총리직을 수행해 싱가포르의’국부(國父)’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리 전 총리 서거에 즈음한 성명’을 내고 “고인은 수 차례의 방한으로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쌓았으며 한ㆍ싱가포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귀중한 지혜를 주신 우리 국민의 친구였다”며 “애통함을 금치 못하며, 리셴룽 총리를 비롯한 유가족과 싱가포르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투명한 강소국 모델 제시

리 전 총리의 최대 업적은 싱가포르의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데 있다. 싱가포르 독립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00달러에 불과했고, 실업률은 12%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였다.

리 전 총리는 취임 직후 ‘12345비전’을 국가생존 전략으로 내걸고 경제 살리기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1명의 부인, 2명의 자녀, 3개의 침실, 4바퀴 승용차, 주당 500달러 소득’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다.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자본도 자원도 없었고 심지어 마실 물도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리 전 총리는 우선 규제를 대폭 풀어 외국 자금과 자원, 인력이 유입되도록 유도했다. 특히 그는 장기적 안목으로 싱가포르를 전세계 최대 물류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2차 석유파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1981년 창이(樟宜) 국제공항을 개항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리 전 총리는 1981년 국부펀드의 모범 모델이 된 싱가포르투자청(GIC)도 만들었는데 현재 2,000억 달러가 넘는 자본을 전세계에 투자하고 있다.

리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1990년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750달러로 취임 당시에 비해 무려 3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리 전 총리의 업적에는 경제발전과 함께 ‘부패척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만들어 각종 부정 부패를 강력 단속했다. 1986년 최측근이자 오랜 동지였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부패척결에 대한 그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힌다. 리 전 총리는 공직자가 청렴할 수 있도록 고액의 보수를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10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 부패지수 보고서’에서 싱가포르는 9.3점으로 덴마크 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리콴유 전 총리가 숨을 거둔 싱가포르 종합병원 앞에 23일 추모객들이 몰려와 헌화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리콴유 전 총리가 숨을 거둔 싱가포르 종합병원 앞에 23일 추모객들이 몰려와 헌화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싱가포르, 리 전 총리 애도 물결

싱가포르 국민들은 이날 리 전 총리의 타계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싱가포르 TV 방송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리 전 총리의 일대기를 조망하는 특별프로그램을 편성했고, 관공서 등 공공 건물마다 그를 애도하는 조기가 내걸렸다. 리 전 총리가 입원했던 싱가포르 종합병원 바깥에는 많은 국민이 조화와 카드를 헌사 하는 등 애도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29일 리 전 총리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거행하기로 했다. 리 전 총리의 시신은 화장될 예정이다.

리셴룽 총리는 “우리는 앞으로 그와 같은 인물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며 “많은 싱가포르인들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도 리콴유는 싱가포르 자체였다”고 추모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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