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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총도 살상용으로... 활개치는 사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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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총도 살상용으로... 활개치는 사제 무기

입력
2016.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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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7범의 수배자가 서울 도심에서 버젓이 직접 만든 총을 발사해 경찰관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제 무기류의 위험성과 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는 총기 제작법과 도면까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외사이트는 규제가 어렵다 보니 살상력을 높인 장남감 개조 총마저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발생한 오패산터널 총기난사 사건 피의자 성모(46)씨는 출동한 경찰들과 주민을 향해 총탄 10여발을 발사했다. 이 총은 나무에 쇠파이프관을 덧대 만들었고, 심지에 불을 붙여 화약이 폭발하면 베어링(쇠구슬)이 발사되는 형태였다. 총기 자체는 조악한 수준이었으나 베어링이 숨진 김창호 경위의 폐를 관통할 만큼 인명 살상이 가능한 위력을 보였다.

성씨는 총기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익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 20일 해외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총 만드는 법’으로 검색하자 동영상 3,840만여개가 떴다. 주로 해외 이용자가 제작해 올린 영상들은 다양한 총기 형태뿐 아니라 제작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주사기, 볼펜 등 흔한 일상용품으로 만든 총부터 나무, 플라스틱 등을 활용해 제법 총기 모양을 갖춘 것까지 제작과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완성품의 위력을 보여 주기 위해 풍선을 터뜨리는 등 발사 시연장면을 제공하는 영상도 적지 않았다. 구글을 검색하면 총기제작 도면까지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제 총기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유통돼 범행 도구로 쓰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0대 두 명이 길이 120㎝짜리 총기로 6㎜ 크기의 쇠구슬을 발사해 주변 차량과 건물 유리창을 파손했다가 구속됐다. 피의자들 역시 온라인을 통해 개조된 모의총기를 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에는 장난감 총의 탄속제어 장치를 제거하고 외관을 진품과 유사하게 만들어 중고매매 사이트에 팔려 한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완구용 총을 판매하는 P사 관계자는 “장난감 총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끔 ‘불법 거래를 주의하라’는 경고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몇 단계만 거치면 매매가 손쉽게 성사된다”고 귀띔했다.

지난 19일 발생한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가 사용한 사제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발생한 ‘오패산터널 총격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가 사용한 사제총기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올해 1월 총기 제조방법 및 설계도를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조치한 불법 무기류 관련 정보도 2014년 107건에서 2015년 230건, 2016년 200건(10월 현재)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러나 서버를 해외에 둔 사이트나 외국인이 제작한 게시물은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국내 포털과 달리 해외 사이트는 접속차단이 유일한 방지책”이라고 말했다.

불법 총기 유통을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온라인 기반인 총기 거래 특성상 판매자가 장기간 노출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총기류 소지 여부를 판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엔 온라인 단속도 활발하다는 점을 눈치채고 글을 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탓에 인터넷주소(IP)조차 추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엔 총기 밀수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지난해 성탄절 대전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에서는 국내 반입이 불허된 스페인제 권총이 범행에 쓰이기도 했다. 관세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141정에 그쳤던 총기 밀수 규모는 올해 8월 기준으로 벌써 246정이 적발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총기가 실제 범죄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규제 및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자포자기형 외톨이 손에 모의총기가 쥐어질 경우 살상무기로 돌변한다”며 “심각하게는 테러에 이용될 우려도 큰 만큼 국제공조를 통해 유해 해외사이트를 차단하고 총기 유통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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