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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처리해도… 카톡 감청 때 신원 모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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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처리해도… 카톡 감청 때 신원 모두 노출

입력
2015.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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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수단 없고 익명성 안지켜져

IT·법 전문가들 심각한 문제로 꼽아

"빅데이터 시대에 실효성 없는 대책

카톡, 종단간 암호화 전면 도입해야"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감청) 협조를 재개하면서 대화 참여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제시한 익명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 처리되더라도 대화 내용을 따져보면 당사자들의 신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감청 협조 재개를 선언하면서 이용자 보호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에 기술 및 법적으로 허점이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카카오가 제시한 방법은 단체 대화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익명 처리 대상 가운데 범죄 관련성이 있으면 수사기관장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요청하도록 절차를 엄격히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2006년 미국에서 확인됐다. 당시 미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은 학술 연구용으로 한 이용자의 3개월 치 포털 검색 기록을 공개했는데, 이후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62세 여성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해당 여성은 네티즌들에 의해 신원과 얼굴이 낱낱이 노출됐고, 심지어 ‘아무 데나 방뇨하는 강아지’ ‘니코틴 효과’ ‘손 떨림’ 등 과거 검색어를 바탕으로 그가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며 담배 중독으로 고통을 겪는 친구를 두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은 전화, 문자를 대체하는 수단이어서 포털 검색 기록보다 훨씬 정확하게 대화 참가자들의 신원을 가려낼 수 있다고 본다. 수사기관에서 대화 내용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누군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 시대에 익명과 실명의 차이는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이번 카카오의 감청 협조 결정은 기술적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요건 충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감청영장을 제시하고 대화 내용을 가져간 다음 수사기관장 공문으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의 정보를 모두 달라고 해도 통제할 수단이 없다”며 “일단 대화 내용을 가져가면 해당 건에 대해 수사 상황이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가져가려면 법원에서 다시 영장을 발부 받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이나 애플 ‘아이메시지’는 메시지가 아예 암호화된 채 전송되고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이용자 스마트폰에 보관되는 ‘종단간 암호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빼앗아 열쇠를 얻지 않는 이상 제 3자가 서버 기록을 열람하거나 해킹해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네이버 ‘라인’도 서버가 일본에 있어서 국내 수사기관이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면 일본 당국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절차상 대화 내용 보관기간(2,3일)을 넘길 수 있어 사실상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카오도 종단간 암호화 전면 도입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카오톡 ‘비밀 채팅’ 기능은 종단간 암호화를 적용했지만 컴퓨터(PC)와 연동되지 않고 음성통화, 선물하기 기능도 없어 이용률이 떨어진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업체들은 이용자 정보 제공 요청 거부를 원칙으로 삼는데 국내 업체들의 정보 보호 대책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수사 협조 의무와 이용자 정보 보호 의무 사이에 균형을 맞추도록 전문가 및 이용자들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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