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0년까지 北에 비핵화 대가로
경제 번영 약속… 파격 보상 제시할 듯
北, 사회주의식 경제발전 모델 추진
“북미 큰 틀에서 공감대” 관측도
볼턴 “PVID 이행은 핵무기 폐기해
美 테네시 오크리지로 옮기는 것 의미”
과거 북핵협상 30년 역사에 없었던 북미 간 ‘빅딜’이 구체화되고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대신 미국은 대북 투자를 앞세워 북한에 체제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안기겠다는 방안이다.
2021년 1월까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속전속결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과거처럼 단편적 대북 보상이 아니라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 패키지를 안겨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달성 목표인 2020년은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도 시간표가 맞아 떨어진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키겠다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실천으로 ‘2020년 대동강의 기적’을 맞을 준비가 됐는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VID)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주(州)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 수준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미국으로부터 우리의 기업인과 모험가, 자본 공급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과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비핵화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할 경우 그들(북한 주민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포기 대가로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보장하겠다는 맞교환 카드를 던진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먼저 대북제재를 완화한 다음 비핵화 단계에서 북미수교를 거쳐 미국 자본을 본격 투입하는 순으로 대북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북한 판 ‘한강의 기적’도 지금 상황에서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북한이 그간 주장해온 경제발전 모델과도 동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를 일떠(일으켜)세우고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투쟁에 집중할 것”이라며 “주변국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외부 자본을 활용해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북한 판단을 미국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방북 뒤 이 같은 제안이 나온 점에 비춰 이미 북미 사이에서 비핵화 빅딜 구상에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핵 핵심부터 제거하는 대신 보상도 크게 주겠다는 게 미국의 제안”이라며 “빅딜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김정은의 최종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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