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노조들 “후보 둘 다 싫다”
투표기권 많을수록 마크롱 불리
르펜은 노동절 연설 표절 논란도
양측 네거티브 공세 열올려
파리 도심은 화염병 시위 충돌
프랑스 대선 후보들이 노동절을 맞아 핵심 유권자로 떠오른 노동계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파 후보가 사라진 결선투표(7일)를 앞두고 프랑스 노동자 사회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가운데 두 후보는 연일 상대방이 반(反)노동 미래를 가져 올 인물이라고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선 1위 주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는 1일(현지시간) 파리 센강에서 열린 모로코 청년 브라힘 부아람의 22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부아람은 1995년 5월 1일 29세의 나이로 국민전선(FN)의 노동절 집회에서 스킨헤드족(외국인 혐오집단)에 떠밀려 센강에 빠져 숨진 청년이다. 단순한 추모 발길이 아니라 최근 극우주의 색채를 완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소외된 프랑스인들의 희망이 되겠다’며 표를 호소하는 마린 르펜 FN 후보에 대한 명확한 비난인 셈이다. 마크롱 후보는 “(극우주의자에 의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절대 잊으면 안 된다”며 “시스템에서 잊혀진 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마크롱이 참석한 행사 장소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잔다르크 동상 인근에서는 부아람 사망 당시 FN 당수이자 르펜 후보의 부친인 장마리 르펜이 등장했다. 장마리 르펜은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한 마크롱 후보를 향해 “중도의 가면을 쓴 사회당 후보”라며 비난했다. 파리 외곽에서 유세에 나선 마린 르펜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의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인 마크롱을 향해 ‘금융권을 대표하는 세계화주의자’라고 비방하며 “마크롱이 집권하면 (비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 측 전략은 일부 거대 노조를 ‘투표 기권’으로 몰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노조 중 민주노동동맹(CFDT) 등 두 단체는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으나, 노동총동맹(CGT)ㆍ노동자의힘(FO) 등 좌파 성향이 강한 단체는 오히려 두 후보 모두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결선투표에서 기권율이 높아질수록 르펜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다. 기권 단체들은 레퓌블리크 광장에 집결해 “페스트 아니면 콜레라다. 우린 둘 다 원하지 않는다”며 가두행진을 했다. 이날 노동자 수천명이 참가한 파리 도심 집회에서는 화염병과 돌이 난무하는 등 진압경찰과 충돌이 일어나 경찰 6명이 부상했다.
르펜 후보가 이날 1차 투표 경쟁자였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연설문을 그대로 베껴 유세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르펜의 노동절 연설 중 약 3개 문단이 피용 전 총리가 지난달 남부 소도시 르퓌앙벌레이에서 펼친 연설과 정확히 겹친다고 보도했다. 중첩 발언은 프랑스 문화의 우수성뿐 아니라 르펜의 핵심 주장인 반유럽연합 관련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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