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응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북중관계에는 일단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리스크’ 관리자를 자임하며 대화 국면 조성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은 만큼 전반적인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 이틀째인 이날 오후 시 주석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북중관계는 일정 부분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받은 것은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사이의 전통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양국 최고지도부 간 신뢰관계를 재구축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측은 북한을 향해선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분명한 단서를 달았고, 강경한 대북제재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ㆍ미국ㆍ일본 등을 향해선 대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주문은 북한과 한미일 모두를 향한 각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만나 “북한과의 모든 대화에서 비핵화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확인했다. 3국 동맹의 압박 제스처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의중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물론 시 주석은 “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혔고, 이는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3원칙에는 비핵화와 함께 평화ㆍ안정, 대화ㆍ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함께 포함돼 있다.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북중관계의 진전 과정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무게가 북한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정세 안정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동시에 한미일 3국을 향해 대북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6자회담까지를 내다본 대화채널 복원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전략적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미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 입장에선 북중관계 개선이 미국에 대한 대응력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북중간 접촉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동의 하에서 성사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외교적 관례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에게 전한 메시지에선 직접적인 핵 포기 촉구보다 상황의 추가 악화 방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포함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의 손을 잡아준 것은 최소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한미일 3국의 움직임에 따라 독자적인 선택을 할 경우 동북아 정세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오히려 이전보다 커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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