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물가’ 상승세의 고삐를 죄기로 했다. 23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서다. 최근 유가 상승과 AI 확산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부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공공요금 등의 상승세를 완화, 분산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일단 내년 설까지 적극적인 행정 대응을 벌이기로 했다. 연말 생활물가 상승은 늘 있던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양상은 방치할 경우, 가뜩이나 소득까지 정체된 서민가계에 감당키 어려운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활물가는 요즘 자고 나면 뛴다. 라면값은 농심이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18개 품목값을 5.5% 올리면서 삼양 등의 연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하이트진로는 27일부터 맥주 출고가를 6.33% 올리기로 했다. 연중 내내 과자값이 수시로 오르더니 최근엔 제빵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도 지난 4일 제품 가격을 평균 6.6% 올렸다. AI 확산에 따라 ‘계란 대란’의 장기화와 육계 등 식육값 연쇄 상승도 우려된다. 최근 국정공백을 틈타 각 지자체들은 주민세 연쇄 인상에 이어, 대중교통요금과 주차료, 상하수도료는 물론 쓰레기봉투 가격까지 앞다퉈 올리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는 생활물가로 서민가계는 허리가 휠 정도다. 장바구니물가는 연초보다 20% 정도 뛰었다는 비공식 통계도 나돈다. “월급 빼곤 다 올라가고 있다”는 신음이 깊다. 실제로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특히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소득은 12% 이상 급감해 체감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표와 현실의 괴리 등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국내 물가상승률은 1%대 초반으로 한은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친다. 1%대 물가상승률은 내년에도 이어져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지표로서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생활물가 상승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계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 체감물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비상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칫 민생물가 고삐가 풀릴 우려가 적지 않다. 물가관리가 시늉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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