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문화유산 파괴 만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주수입원인 ‘유물 밀매’ 증거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일 레바논계 프랑스 고고학자 조앤 파차크를 인용, IS가 최근 들어 시리아 팔미라 신전 등을 파괴하는 배경에는 “암시장에 내다 파는 유물의 원래 소재지를 감추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유물 밀매는 석유, 마약 밀매와 함께 IS의 주 수입원으로 알려졌다.
파차크는 “팔미라 유물은 이미 영국 런던에서 팔리는 중”이라며 “IS가 습득한 시리아와 이라크 유물들은 유럽 전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S가 팔미라 유물 하나 하나가 엄청난 수입원이 될 줄 알면서도 이를 파괴하는 것은 도굴 행태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차크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이후 수년간 중동 유적지 탐구 작업을 해왔다. 특히 2011년부터는 시리아 알레포와 홈스 등에서 파괴된 사원, 시장터에 대한 정보를 목록화 하고 있다. 파차크의 최근 연구 대상인 IS는 이슬람 유일신 알라 외 다른 신들을 섬기는 것은 ‘우상 숭배’라는 이유를 대며 올 들어 점령지의 유적ㆍ유물을 노골적으로 파괴하는 중이다. IS는 지난달 시리아 고대도시 팔미라의 2,000년 된 바알샤민 신전에 이어 벨 신전을 폭파했다.
파차크는 또 IS가 앞서 이라크 고대도시 님루드와 하트라에서는 대표적 유물을 한꺼번에 파괴했던 것과 달리 팔미라에서는 유적을 차근차근 폭발시키는 이유에 대해 “유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IS는 ‘다음 번 파괴 대상은 대체 어느 것이 될까’하며 사람들이 불안감을 키우면 동시에 남아있는 유물의 값이 높아지리라 계산하고 있다”며 “IS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파괴 작업을 차례대로 펼쳐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차크는 “IS가 내다 파는 유물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겐 파괴 유인이 되는 셈”이라며 “이대로 둔다면 앞으로 수년 후 우리는 팔미라에 대해 기억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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