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면담을 둘러싸고 베이징 외교가는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북한이 전날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주장하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에 맞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처럼의 관계개선 기회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돌았다.
리 부위원장의 시 주석 면담은 이날 오후 4시께 이뤄졌다. 오후 3시 40분쯤 리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태운 의전차량 10여대가 공안과 교통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출발했고, 10분쯤 후 시 주석과의 면담 장소로 거론됐던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리 부위원장은 면담에서 최근 북한의 노동당 대회 결과와 북중 관계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가 구두로 전달되고 그의 방중 문제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앞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 때 리 부위원장의 시 주석 면담이 불발됐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2일까지인 리 부위원장의 일정상 면담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이날 오전 내내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오전 북한 매체들은 리 부위원장이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전날 회동에서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거듭 주장한 것을 대서특필한 반면 중국 매체들은 사실관계만 간략히 전하는 등 온도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리 부위원장과 시 주석의 면담 과정까지 양측이 북핵 문제와 향후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 등을 놓고 상당 시간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 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세 변화가 있어야 북중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이 있다는 점에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나선 건 북중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향후 북핵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동북아 정세를 주도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라며 “리 부위원장이 돌아간 뒤 나올 중국의 공식 해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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