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전격 착수
파나마 페이퍼스 등장하는
3~4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
국세청이 해외 재산과 소득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은 역외탈세자 36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올 3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해외은닉재산 자진신고제를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응하지 않고 해외재산을 계속 은닉하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파나마 페이퍼스 조세회피처 명단’에 들어 있던 유력인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15일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간이 지난 3월 종료됨에 따라 자진신고에 불응한 역외소득 은닉 혐의자 36명(법인 포함)을 적발하고, 이달 초부터 세무조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중에는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에 투자 명목으로 돈을 보낸 뒤 손실 처리하거나 개인이 투자한 현지법인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 유용한 사주, 해외 현지법인 주식을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에 저가로 양도하고 이후 제3자에게 고가로 재양도하면서 양도차익을 은닉한 사주들이 포함됐다. 한승희 조사국장은 “대기업 관련 계열사도 일부 포함돼 있으며,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대상자 중에는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인사도 3, 4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장은 “이번에 새로 조사하는 인사는 서너 명 정도”라며 “문건이 공개되기 전에 이미 조치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10명 가량 된다”고 말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파나마 페이퍼스에 포함된 21만4,000여곳의 명단을 지난 4월 공개했으며 국내 언론 뉴스타파는 이를 분석, 노태우 대통령의 아들 재현씨 등 국내 인사 195명의 명단을 내놓으며 역외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역외탈세 혐의자 30여명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25명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모두 2,717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판단되는 10명에 대해서는 범칙조사로 전환했으며, 이중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벌어들인 회삿돈을 차명계좌로 빼돌린 중대형 해운사 사주 등 6명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범칙조사 전환은 검찰 고발 등 형사처벌을 하기 위한 전 단계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진신고의 기간이 종료된 만큼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국제공조 등 가능한 모든 조사역량을 동원해 추적하고 고의적 탈루자로 판단될 경우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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