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현정부와 차기 트럼프 정부의 대응 수준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북한 도발 능력의 획기적 변화에 따른 것인지, 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것인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험(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차기 정권에서는 국방장관에게 북한 핵 프로그램을 저지할 무력 사용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물러나는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북한이 핵무기 등을 계속 개발한다면 ‘더 강경한 방식’을 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전날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순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방미중인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을 만난 트럼프 인수위 톰 마리노 집행위원도 “트럼프 정부는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기 미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위협 수준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ㆍ일본은 북한 핵ㆍ미사일 사정권에 이미 들어갔지만, 미국에게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정책을 쓸 정도로 실재하는 위협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 서부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발사를 경고한 뒤부터는 상황이 급변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이 북한의 ICBM 발사를 미국이 용인할 수 없는 ‘레드 라인’으로 지목하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북한이 시험 발사하는 ICBM에 대한 격추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도 미국의 발언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북한이 과거 미국의 정권 교체기마다 도발을 했으며, 이번에도 김정은이 직접 ICBM 발사를 선언한 만큼 워싱턴 주변에서는 올 2~4월 중 실제 도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