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의 어두운 산길을 오르다 갑자기 산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는 탑을 만났다. 조명을 받아 더욱 빛나는 탑에 이끌려 들어간 절간은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태백산 정암사였다. 그곳에 우뚝 솟은 탑은 신라시대 고승인 자장 율사가 당나라에서 도를 닦다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함께 가져온 마노석으로 만든 수마노탑.
전설에 의하면 탑의 재료인 마노석을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던 율사의 도력에 용왕이 감화를 받고 도움을 줬다고 해서 ‘물 수(水)’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 탑은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신라시대에 마노석으로 만들진 게 아니고 고려시대 때 석회석을 벽돌 모양으로 쌓아 만들어진 모전탑으로 남아 있다.
보기 드문 모전탑이 이채롭지만 탑 아래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졌다는 것이 더욱 신비롭다. 밤새 켜져 있던 조명이 꺼지고 날이 밝아오자 탑 모서리에 달려있는 풍령이 한 점 바람에 큰소리로 울렸다. 그러자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고 세속에 물든 귀가 맑아지며 온갖 잡념이 일순 사라졌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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