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지층만 보며 가겠다” 의지
檢 수사 불응하려는 의도 관측 속
친박 핵심들 ‘사저 라인업’ 구성 등
조기 대선 앞두고 재결집 움직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을 선언하며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의 친박 핵심 의원들은 자연인 박근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검찰 수사 연기 주장까지 내놨다. 친박계가 조기대선 공간에서 재결집 움직임을 보이면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들어간 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를 ‘국민이 아닌 지지층에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참모 출신인 정치권 인사는 “아직도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자기 확신에 빠져있다”며 “결국 지지층만 보면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는 그것이 정치 수명의 근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헌재 결정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지위와 권한을 측근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남용했다고 봤다. 나아가 검찰 수사에도 불응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기 대선 기간 동안에는 정치적 논란 때문에 검찰이 강제수사를 하지 못하리라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친박계를 방패막이 삼아 시간을 벌어 대선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도 읽힌다”고 말했다. 당장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검찰 수사 연기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어디 도망갈 것도, 피할 것도 아닌데 대선 이후 차분히 수사를 하자”며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헌재 결정 전까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 기각도 아닌 각하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의원이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으로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친박계는 오히려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총괄 아래, 윤상현·조원진·이우현 의원이 정무, 김진태 의원이 법률, 박대출 의원이 수행, 민경욱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담당하기로 ‘사저 라인업’까지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인간된 도리로 박 전 대통령을 돕기로 한 수준”이라며 “과거 대변인이나 수행을 맡았던 의원들, 율사 출신 의원들이 과거 소임을 자연스럽게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불복선언으로 보는 데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삼성동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에게 문안하고 나온 조원진 의원은 “자신이 모든 걸 안고 가겠다는 데도 언론이 불복으로 비꼬고 있다”며 “진실이 밝혀지리란 말도 원론적인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진태 의원도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갔으니 이미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아집으로 사실상 자신과 친박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대체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치열한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간명하고 담백한 승복 연설을 자산 삼아 그 다음 대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2004년 헌재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비판적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때 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지금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고 국민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해야 할 때”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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