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벤처붐, 뜨거운 창업붐
기득권 도전하는 새로운 기업
평등한 조직 문화와 경영진 능력
통념 뒤집어 시장 개척 이끌어
스타트업 열풍이다.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속속 문을 열고 있고 각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창업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창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부의 창조경제정책 때문이다.
한국만 이렇게 창업 붐이 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전세계는 스타트업 열풍에 빠져 있다. 마치 2000년 벤처붐이 다시 돌아왔다고 할 정도다.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전세계는 우후죽순 태어나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어디나 뜨겁다.
지금은 인류 누구나 손바닥 위에 강력한 컴퓨터(스마트폰)를 들고 다니는 시대다. 미국의 벤처투자자 마크 서스터의 말을 빌리면 지금은 15년 전보다 50배 많은 인터넷사용자들이 120배 빨라진 인터넷을 스마트폰으로 즐긴다.
이런 이유로 15년전보다 휠씬 적은 자본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할 확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전세계에서 황금시대를 맞고 있다.
요즘 전세계 스타트업계를 상징하는 단어는 '유니콘’이다. 상상 속 뿔 달린 동물인 유니콘이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공개(IPO)이전에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이상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됐다. 대박의 척도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유니콘 스타트업은 전세계에 111개 있으며 미국에 70개, 중국에 14개가 몰려있다.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왠만한 대기업 뺨치는 과감한 투자를 한다. 성장을 위해 한번에 몇 천억원, 심지어는 1조원 이상 투자를 받는다. 얼마 전 한국에서 약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조원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쿠팡이 화제였다.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 가운데 수 십조원 이상 가치를 자랑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공룡’스타트업들이 있다. 이 중 주목하는 세 회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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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우버다. 우버는 현재 50조원 가까운 몸값을 자랑한다. 2009년 트래비스 캘러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전세계 택시산업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쉽게 차를 불러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는 말이 무엇인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택시는 보통 4가지 기기를 달고 다닌다. 손님 연락을 받기 콜택시단말기, 목적지 안내용 내비게이션, 요금 계산용 미터기와 카드 결제기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우버 앱을 깔면 4가지 기기를 앱 하나로 대체 할 수 있다. 우버 앱이 손님을 연결해주고 손님이 타면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으로 변해 목적지를 안내한다. 운행하는 동안 자동으로 승차요금을 계산해서 손님이 내리면 우버앱에 저장된 신용카드에 요금을 청구한다. 소프트웨어인 우버앱 하나가 4개의 기기를 필요 없게 만들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 차를 이용해 택시운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우버는 전세계 300여 도시에서 차 한대 직접 소유하지 않고 순식간에 세계최대 '택시’회사가 됐다.
두 번째 주목하는 회사는 중국 샤오미다. 약 50조원가치의 이 스타트업은 2010년 창업한지 4년 만에 중국에서 판매 1위의 스마트폰 회사가 됐다. 한국에서 새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어떤 무명 회사가 창업한지 4년 만에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
더구나 애플, 삼성전자 등 세계적 회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중국에서 이런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 더욱 놀랍다. 샤오미는 불과 1~2년 전까지 창업자 레이 준이 스티브 잡스를, 제품은 아이폰을 모방했다고 해서 조금 뜨다가 사라질 애플 짝퉁회사로 조롱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3조5,000억원, 스마트폰 판매 6,100만대를 기록하며 LG전자를 누르고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샤오미의 강점은 무엇일까.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만드는 힘이다. 샤오미 사업의 중심은 홈페이지다. 오직 홈페이지를 통해 휴대폰을 팔고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는 샤오미는 광고와 마케팅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대리점에 유통 이윤을 떼어줄 필요도 없다. 그만큼 제품을 싸게 만들어 공급한다. 아이폰이나 갤럭시의 반값인데 성능은 비슷한 폰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실리콘밸리기업과 비슷한 분위기의 평등한 기업문화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는 경영진의 역량이다. 샤오미는 이런 강점을 지렛대로 올해 다양한 착용형(웨어러블)기기,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한다.
세번째 주목할 회사는 DJI다. 중국 선전(深?)에서 2006년 프랭크 왕이란 당시 25세 청년이 만든 이 회사는 전세계 드론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에 떨어져 논란이 된 드론이 모두 이 회사의 ‘팬텀2’다. 2013년 나온 이 드론은 1,000달러는 낮은 가격에 누구나 쉽게 멋진 항공사진을 찍을 수 있어 드론의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이전에 헬기를 날리거나 수천만원짜리 고가 드론을 동원해야 찍을 수 있는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일반인들도 쉽게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DJI는 이 제품으로 드론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며 프랑스 패럿, 미국 3D로보틱스를 제치고 세계 시장의 70~80%를 장악하는 1등 업체가 됐다. 매출도 2013년 1,400억원, 지난해 5,500억원으로 무섭게 성장했고 올해 1조원 매출 돌파가 확실하다. 이 회사는 5월에 실리콘밸리의 엑셀파트너스에서 약 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800억원을 투자받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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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개의 공룡스타트업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우선 우버는 한국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 우버가 한국 현행법을 어기고 문제를 일으킨 것은 맞다. 하지만 우버 같은 서비스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스마트폰을 누르면 뭐든 해주는 알라딘의 램프 같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규제의 틀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혁신이다. 규제를 통해 보호받는 기득권에 도전하는 혁신이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혁신을 계속 거부할 것인가. 그리고 국내에서 우버 같은 혁신을 꾀하는 토종 스타트업까지 계속 규제해 싹을 밟아버릴 것인가.
삼성이 일본 전자회사와 애플 등을 빠르게 쫓아가 따라잡은 패스트 팔로어라면 샤오미는 슈퍼 패스트팔로어다. 삼성보다 제품을 개발해 내놓는 속도도 빠르고 소프트웨어역량까지 갖췄다.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평등한 조직문화를 갖춘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에 큰 도전이다. 높은 가격대비 성능의 웨어러블 미밴드 등 사물인터넷 제품을 속속 내놓는 샤오미의 팬들이 국내에도 늘고 있다. 샤오미 같은 중국업체 도전을 국내 대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DJI는 중국기업이 모방만 한다는 통념을 뒤집었다. 중국업체도 남들이 만들지 못한 뛰어난 디자인의 혁신제품을 먼저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DJI는 존재하지 않았던 레저용 민간 드론시장을 홀로 개척해내 조 단위 시장으로 키웠다. DJI는 중국이 혁신에서도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혁신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공룡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골목대장 한국의 대기업들로는 이런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벅차다. 우리도 쑥쑥 성장해서 세상을 바꾸는 토종 스타트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각종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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