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가 3파전으로 흐르면서 여야의 표정이 엇갈렸다.
관악을을 열세지역으로 봤던 새누리당은 야당 표심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정 위원장을 ‘목적지 없는 철새정치인’(김영우 대변인)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속내는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 승리 가능성을 점치며 쾌재를 부르는 분위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관악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의 출마는) 야권의 분열상”이라며 반사이익에 따른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단일화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야당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면 일단 (새누리당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 대부분은 “관악을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7년 동안 한 차례도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여당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라며 ‘드디어 탈환의 기회가 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막판 단일화 변수가 있는 만큼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권연대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야권이) 지난 선거 땐 종북과 손 잡았는데 그런 일이 다신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조 원내수석부대표도“막판에 극적인 단일화로 가면 지금보다 (새누리당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광주 서을에 이어 사실상 텃밭으로 분류한 관악을마저 야권분열로 낙선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정 위원장의 출마로) 관악을 선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면서도 “독자적으로 출마한 이상 후보 단일화를 놓고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고위원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정 위원장 출마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달리 관악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선 성토가 터져 나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야권분열은 곧 패배”라며 “정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만 안겨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지지세력을 모으지 않고 지지세력을 쪼개고 나누는 데 앞장서서는 ‘너 죽고 나 죽자’로 귀결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야권의 패배도 문제지만 정 위원장이 승리할 경우에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광주 을에서 천정배 전 의원이 승리하고 관악을까지 경쟁 야당에 내줄 경우 새정치연합은 물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도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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