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중국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 중국에 대해 광범위한 무역보복을 취할 수 있는 ‘통상법 301조’ 발동을 예고했다. 통상법 301조는 불공정무역을 일삼는 국가를 상대로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관세를 포함한 각종 무역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1995년) 이후 거의 동원하지 않은 301조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우선 중국의 반(反)시장 교란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470억달러로 2000년(903억달러)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로 늘었다. 미국 언론은 청바지에서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지식재산 침해가 없는 분야가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 해 최대 6,000억달러의 미국 지식재산권이 도둑맞고 있다”면서 “행동으로 대응할 때”라고 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의 말이 미국 정부의 정서를 대변한다.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나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명분으로 이를 연기했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그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북한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괌 타격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중국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보고 밀쳐 두었던 무역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백악관은 이런 분석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역할을 할 것”(뉴욕타임스)이라는 등의 보도는 무역카드가 북핵 문제와 이어져 있음을 기정사실처럼 보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1년 정도 진행된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301조를 발동하기 전 다시 한 번 중국과 북핵 문제를 놓고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북핵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선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중국의 반발을 불러 미중이 무역문제로도 충돌하는 상황은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미국의 이번 움직임이 남의 일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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