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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림책 ‘수영장’ 美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최고상

입력
2015.08.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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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그림책 ‘수영장’의 본문 그림. 이야기꽃 제공
글 없는 그림책 ‘수영장’의 본문 그림. 이야기꽃 제공

한국 작가 이지현(34)씨의 그림책 ‘수영장’(이야기꽃 발행)이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금상(최고상)을 받았다.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는 매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출판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 세 편을 선정해 시상하고 가을에 원화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는 북미 전역의 출판사 관계자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여 작가와 작품 정보를 교류하는 대형 행사로 올해는 10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미국 일러스트레이션 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울 태생인 이씨는 그림책 작가를 양성하는 서울 마포의 2년 과정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힐스를 졸업했다. ‘수영장’은 힐스 졸업작품이자 이씨의 첫 그림책이다.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와 이런 상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첫 작품으로 큰 상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13년 9월 국내 출간 이후 한국 그림책 사상 최고가인 1만 5,000달러의 선인세를 받고 미국 크로니클출판사에 수출돼 올해 초 미국에서 선보였고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에도 판권이 수출됐다. 출판사 이야기꽃에 따르면 외국에서 출판되는 한국 그림책의 선인세는 보통 2,000~3,000달러,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에서도 5,000달러 정도여서 이 책이 받은 1만 5,000달러는 매우 큰 금액이다. 미국에서는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뉴욕타임스 등 매체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미국도서관협회 주니어 라이브러리 길드의 북클럽 도서에 선정됐다. 유럽에서는 그림책 관련 세계적 인터넷 사이트인 '픽처북 메이커스'가 작가 인터뷰를 실었고, 올 가을부터 1년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순회하는 원화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그림책 '수영장'의 작가 이지현씨. 사진 제공 이야기꽃출판사
그림책 '수영장'의 작가 이지현씨. 사진 제공 이야기꽃출판사

‘수영장’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수영장 물 속으로 들어간 소년이 만나는 또다른 신기한 세상을 보면서 독자가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완성하게 하는 환상적 작품이다. 수면 아래서 소년을 맞는 소녀, 두 아이를 반겨 함께 어울리는 갖가지 신기한 생물과 커다란 흰 고래 등 이 그림책의 장면과 사건은 수수께끼 같은 즐거움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외국에서는 “나도 좋아하지만 우리 딸이 아주 좋아한다”는 독자 메일을 받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림책이니까 어른이 볼 책은 아니다, 애들이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을 다니면서 어린이 독자를 만나보면 반응이 좋아서 신이 난단다. 차차 나아지겠지만 그림책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만큼 깊다.

이씨에 앞서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 상을 받은 한국 작가의 그림책은 염혜원의 ‘There Are No Wolves’(2010년 신인상), 이수지의 ‘파도야 놀자’(2008년 금상), 유태은의 ‘빨간 물고기’(2007년 신인상)가 있다. 이 책들은 모두 작가가 미국에서 활동하거나 유학 중에 미국에서 초판이 나왔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책이 수상하기는 ‘수영장’이 처음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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