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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행정도시 ‘학교대란’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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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행정도시 ‘학교대란’ 탁상행정은 이제 그만

입력
2017.05.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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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부 최두선 기자
지역사회부 최두선 기자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에는 공무원은 물론, 일반인들의 이주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국 최고의 교육 여건을 갖춘 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돼 있다. 2006년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기본계획은 이런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국토부는 행정도시 기본계획에 ‘교육 여건은 도보 통학이 가능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현하며, 단계적으로 OECD 수준으로 조성한다’고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장밋빛 계획과 달리 현장에선 ‘학교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8,000세대가 입주하는 1-2생활권에 중학교가 1곳밖에 없다 보니 당초 24학급으로 계획했던 학교는 배 가까이 학급을 확대했다. 특별실이 교실이 되는 등 교육공간이 부족해 내실 있는 교육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세미나실에 어쩔 수 없이 탁구대를 놓고, 운동회는 자체 공간으로 도저히 치를 수 없어 다른 학교에 읍소해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빌려 쓴다. 급식실은 1곳밖에 없어 학생들이 순서를 정해 번갈아 가며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학교 신설을 교육부에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신설 허가권을 쥔 교육부는 해당 학교가 있는 기초생활권(1-2)이 아닌 1생활권 전체 학생수를 기준으로 들이대 신설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교를 새로 지었다 나중에 유휴시설이 될 수 있는 만큼 학급 여유가 있는 인근의 다른 학교로 학생을 분산 배치하는 자구 노력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전국적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행정도시는 주민 평균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젊은 30대 초반이다 보니 학령인구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교육부가 이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타 지역과 동일한 기준을 학교 신설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행정도시에는 1생활권에 2021년까지 8,800여세대가 추가 분양되는 등 입주 러시가 계속 이어져 학령 인구도 더 늘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육 공간이 부족해 마음껏 공부하지도, 뛰어 놀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생각해 지역 실정을 십분 반영한 학교 신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시교육청도 효율적인 학생 배치 방안 등 자구 노력을 더 해야 한다. 교육당국이 하루 빨리 ‘학교대란’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거창하게 내걸은 ‘명품 세종교육’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왕따 세종교육’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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