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업무 전산화 도움줬다는 이유로 75% 몰아주며 보관은행 지위 유지
이율 0.5%뿐… 운용수익도 베일에
법원행정처가 한 해 공탁금 약 6조7,000억원 중 5조원을 신한은행에 예치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혜ㆍ편중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자수익은 줄어들어 소송 승소자 등이 찾아가는 공탁금 이자율도 연 1%에서 0.5%로 떨어졌다.
12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공탁금 총액은 6조7,264억이었으며, 이 가운데 5조605억원을 신한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공탁금은 형사 피고인이 피해변제 의지를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민사상 채무자가 판결이 날 때까지 배상ㆍ분쟁 금액을 법원에 맡기는 것이다. 매년 6조원 가량의 공탁금이 수시로 입ㆍ출금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신한은행(당시 조흥은행)이 1992년 자체 부담으로 공탁업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법원 업무에 적극 도움을 줘 보관은행 지위를 유지해왔다”며 “국회 요청에 따라 2006년부터 일부 지법에 지방은행을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복수 지정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공개경쟁 방식에 따라 보관은행을 지정하게 했지만, 이조차 신규 법원이 들어선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미 지정된 은행은 5년마다 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자격이 연장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지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특정 은행만 이자가 높은 것도 아닌데 75% 가량을 한 은행에만 몰아주는 것은 과다하다”며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다변화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탁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공탁금을 찾아가는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이자를 연 1%에서 0.5%로 낮췄다. 시중 금리가 떨어져 온 추세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은행들의 예치금리와 은행 수수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공개되지 않고 있어 논란거리다. 예치금리는 연 2~3% 가량으로 추산(연 1,300억~2,000억원)되는데 이는 ▦승소자 등에게 주는 공탁금 이자 ▦법원의 공익사업(출연금) ▦은행의 수수료(수익)로 쓰인다. 공탁금관리위원회가 공탁금 이자를 절반으로 낮춘 것은 신한은행의 공탁금 예치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공익사업에 사용되는 출연금을 법원행정처가 독식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공익사업에 쓰인 금액은 이전에 미사용한 적립금까지 합쳐 총 842억원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이중 746억원(88.6%)을 사용했는데 국선변호비용 203억원, 조정사건 지원 119억원, 민원서비스 개선사업 284억원, 소년보호지원 35억원 등이다. 나머지는 법률구조공단(84억원),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5억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4억원),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3억원) 등이었다. 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법원행정처 소속이 3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나머지는 법무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1명씩)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매년 회계법인에 맡겨 공탁금 보관은행을 실사하고 있지만, 은행 운용수익은 영업비밀에 속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위원회 회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탁제도의 성질상 보관은행은 공탁금과 공탁물을 받아 그대로 보관하다가 반환해야 하고 이를 가지고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며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사법제도개선기금운용심의회를 설립해 공익사업으로 쓰는 출연금을 별도로 기금화해서 관리ㆍ운용을 전문화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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