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ㆍ4대강 등 목소리 냈던
강우일 주교 ‘희망의 길을 걷다’ 발간
“촛불시위는 대단한 성과
세월호 진실도 인양 되기를”
“바다 밑에서 녹슬고 상처투성이가 된 채 끌어올려진 세월호의 선체를 봤습니다. 저게 바로 유족 분들의 마음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배도 제대로 인양되어야겠지만, 배와 함께 진실도 제대로 인양되길 바랍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재개됐으면 합니다.”
24일 서울 명동 바오로딸 서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내놓은 강우일 주교의 간곡한 당부였다. 강 주교는 2014년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이유로 광화문 세월호 참사 유족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때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성사를 거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교황과 유족간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소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간담회는 그간 강론 등을 모은 책 ‘희망의 길을 걷다’(바오로딸 발행) 발간 기념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 주교는 2002년부터 제주교구장을 맡으면서 제주해군기지 저지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다. 주교회의의장을 맡으면서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 등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작 강 주교 본인은 쑥스러워서 그 흔한 머리말도 쓰지 않았을 정도지만, 책은 그 목소리들을 모아둔 기록이다.
탄핵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연인원 수천만명이 모였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던 촛불시위는 민주주의 역사의 발돋움이요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이제는 들끓었던 감정적 대립을 뛰어넘자”고 당부했다. 특히 “흔히 ‘태극기’라 불리는 이들 역시 배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결국은 끌어 안아야 할 우리의 한 식구”라며 “쉽지 않은 일이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겠지만, 그 분들은 왜 반발하는가에 대해 넓게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대선에 대해선 “장밋빛 좋은 공약들이 많은데,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봤을 때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가장 잘 모실 수 있는 후보를, 저마다 신중하게 잘 생각해서 뽑았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의롭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예수님이라면 뭐라 할 것인가를 되짚으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신념이다. 다만 늘 벽에 부딪히는 건 아쉽다. 제주 강정만 해도 결국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강 주교는 “교회로서는 ‘참된 평화는 무력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얘기를 꼭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강정 사태를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화두로 삼아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절망은 없다. “지금은 힘들어도 먼 과거를 되돌아보면 2010년대는 1980년대와 다르고, 1960년대와 또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절대 뒷걸음질치진 않는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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